‘빅 텐트 기독교’의 시대… 무교파 교회, 미국 신앙풍경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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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텐트 기독교’의 시대… 무교파 교회, 미국 신앙풍경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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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무교파 '루프톱 교회'. /Rooftop Church


권위 대신 관계, 교단 대신 성경

야구모자 쓴 목사, 디즈니 영상 예배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외곽에 위치한 ‘루프톱 교회(Rooftop Church)’의 예배 풍경은 전통적인 교회 이미지와는 다소 다르다. 

목사들이 칼라 셔츠와 성직자 복장을 입는 대신, 이곳에서는 야구 모자와 청바지가 자연스럽다. 주일 예배에서 분위기를 이끄는 인물은 담임목사 맷 헌던(Matt Herndon)이다. 

그는 “처음 교회에 오는 사람들은 다른 교회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을 보고 낯설게 느끼기도 한다”며 “목사가 모자를 쓰고 있거나 예배 중에 디즈니 영화 ‘미녀와 야수’의 영상이 상영되는 모습을 보고 놀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사람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통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루프톱 교회는 미국 전역에 약 4만 곳으로 추산되는 무교파(nondenominational) 기독교 교회 중 하나다. 성경을 신앙의 근간으로 삼지만 특정 교단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 교회라는 점이 특징이다. 약 25년 전 지역 커뮤니티 센터에서 출발한 이 교회는 현재 매주 최대 600명이 예배에 참석할 정도로 성장했다.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와슈) 캠퍼스에서 종교와 미국 사회의 관계를 연구하는 라이언 버지 교수는 “무교파 기독교는 현재 미국 기독교에서 가장 강력한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개인적인 관계를 강조하며, 낙태나 동성 결혼과 같은 사안에서는 비교적 보수적인 복음을 설교하지만, 그런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국 사회조사(General Social Survey)에 따르면 1972년 무교파 기독교인이라고 응답한 미국인은 3%에도 미치지 않았지만, 현재는 약 14%로 증가해 약 4000만 명에 이른다. 버지 교수는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향후 15년 내 무교파 기독교가 로마 가톨릭 교회를  제치고 미국 내 최대 종교 전통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버지 교수는 “미국 사회 전반에서 권위적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느슨한 구조는 전통적인 교회에서 성장한 루프톱 교회 신자들에게도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인 애나 킹은 “루프톱에서는 기존의 전통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서로 질문을 던지되 그것이 분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다”고 말했다. 킹의 남편 네이선 킹 역시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분위기가 좋다”며 “예배 중에 목회자나 장로가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헌던 목사는 이를 ‘빅 텐트 기독교(Big Tent Christianity)’라고 부른다. 그는 대중문화와 영상을 활용하면서도 성경의 핵심 가르침에 집중하되 특정 사안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 이러한 접근을 ‘가벼운 기독교’로 평가하는 시각에 대해 헌던 목사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성경을 매우 깊이 있게 탐구하고, 그것이 오늘날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고민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전통적인 교단들도 사람들과 다시 연결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구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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