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13만 갤런 바다 위에 둥둥
환경 요원들이 오일 펜스를 설치해 확산을 막고, 흡착 패드로 기름을 빼내고 있다(왼쪽). 해변으로 밀려난 원유층의 두께가 유출의 심각성을 느끼게 한다. AP
헌팅턴비치 기름 유출 사고
새, 물고기 사체들 바닷가로
“숨만 쉬어도 기름냄새 진동”
해변 폐쇄 수개월 이어질 수도
헌팅턴비치 인근에서 원유 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일대 어패류와 새의 사체가 조류에 밀려오는 등 환경 재앙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오렌지카운티 카트리나 폴리 수퍼바이저는 3일 트위터를 통해 “아름다운 바닷가에 타격을 준 대규모 기름 유출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석유 굴착장치와 연결된 파이프 라인의 파열된 부분에서 계속 기름이 새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고 알렸다.
유출 지점은 헌팅턴비치에서 약 5마일 해상으로 ‘베타 필드’라는 굴착 장치를 이용해 해저 유층에서 원유를 시추하는 시설이다. 1980년 설치돼 사용된 것인데, 2일 오전 해안경비대(USGS)에 의해 파손이 발견됐고, 이후 파이프라인을 잠갔지만 남은 기름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어 유출은 멈추지 않는 상황이다.
유출된 기름의 양은 약 3100배럴(13만갤런)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며, 기름띠는 7마일 거리의 뉴포트비치까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환경학자들은 이번 유출로 생태 보호지역인 인근 탤버트 습지가 오염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곳은 철새 도래지로 90여 종의 조류가 서식하는 곳이어서, 헌팅턴비치시 킴 카 시장은 “잠재적 환경 재앙이 될 수 있다”며 발빠른 대처를 호소했다.
헌팅턴비치시는 유출 지역에 대한 예비 보수 작업을 완료했다며 3일 추가 복구 활동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름 유출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해안경비대는 이 사고를 중대 기름 유출 사고로 분류하고 사고 원인과 파이프라인의 소유주를 조사하고 있다.
또 헌팅턴비치 관리들은 예정됐던 '퍼시픽 에어쇼'의 마지막 날 일정을 취소하고, 모든 해변을 폐쇄했다. 주민들에게는 유출된 기름의 독성을 이유로 해변과 주변 공원·산책로 등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킴 카 시장은 이번 사고로 내려진 해변들의 폐쇄 조치가 수주나 수개월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기름 유출은 지역사회가 수십 년 동안 겪은 가장 재앙적 상황 중 하나"라며 특히 생태계에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사고 원인을 제공한 송유관을 소유, 관리하는 앰플리파이 에너지의 마틴 윌셔 CEO는 “잠수부들을 투입해 유출 원인을 조사하고 정확히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일어난 것인지 파악중”이라며 “파열 부분은 이미 모두 막았다. 또 파이프 내부에 남아 있던 원유도 모두 흡착해서 제거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유전 시설은 휴스턴에 본사를 둔 앰플리파이사의 남가주 지역 자회사인 오퍼레이팅사가 관리를 담당했다.
카트리나 폴리 수퍼바이저는 “근처에서 숨만 쉬어도 기름 냄새가 진동한다”며 일대에 악취가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오렌지카운티 당국과 소방관, 환경단체 회원 등이 현장에 나와 그물망과 대형 오일펜스 등으로 오염 확산을 막는 한편 흡착 스펀지를 통해 바다위에 떠다니는 기름을 건져내고 있는 실정이다.
오렌지카운티 해상의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는 1990년 2월 유조선 '아메리칸 트레이더'에서 기름 43만 갤런이 바다로 흘러나온 뒤 30여 년 만이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