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경제 살리기]"손님 기다리지 말고 오게 만들어라"
2026년 한인경제를 살리려면 소비자, 업소 모두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공감을 얻고 있다. 4일 코리아타운플라자 푸드코트에서 식사하는 한인들. /구성훈 기자
한인경제 살리기 특별기획 시리즈
소비자 발걸음이 '열쇠'
2026년은 변화 선택할 시기
<전문>
2025년은 LA 한인 경제에 가혹한 한 해였다. 높은 임대료·인건비·인플레이션과 재료비 상승, 소비자들의 이탈이 맞물리며 많은 업소들이 문을 닫아 한인 경제는 생존의 기로에 섰다.
미주 한인사회의 젖줄인 LA 한인 경제가 지금 무너진다면 우리는 후손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미주조선일보는 2026년 새해를 맞아 '한인 경제 살리기'를 주제로 3회에 걸쳐 특별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첫 번째 기사에서는 한인 소비자와 업소의 상생 방안을 모색한다. 한인들의 한인업소 이용 확대와 업소들의 서비스 개선이 얼마나 절실한지 짚어본다.
두 번째 기사에서는 LA총영사관, 코트라 등 한국정부 파견기관과 한인회, 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가 힘을 모아 한인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담는다. 정기 장터 개최 등 창의적 아이디어와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마지막 기사에서는 경제·마케팅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한인 경제 재도약의 청사진을 그린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 절호의 기회는 바로 2026년이다. 한인 경제를 살리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다.
***글 싣는 순서***
<1>소비자와 업소 상생안
<2>정부기관·한인단체들 적극 나서야
<3>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회생 방안
“장사가 너무 안 돼요.”
LA한인타운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다. 식당 사장도, 마켓 캐시어도, 미용실 주인도, 옷가게 매니저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정작 질문을 조금만 바꿔보면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럼 우리는 요즘 한인업소를 얼마나 이용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는 경제 전문가도, 통계 보고서도 필요 없다.
한인타운을 매일 오가는 사람들의 선택과 발걸음이 이미 답을 말해주고 있다. 많은 한인들이 한인업소 방문을 꺼리는 이유로는 ▲주차 불편 ▲서비스 불친절 ▲가격 경쟁력 부족 ▲청결도 문제 ▲안전 우려 등이 꼽힌다. 특히 1.5세와 2세 중 상당수는 '영어 소통 어려움'을 이유로 든다.
한인 경제를 살리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한인들은 한인업소를 더 많이 찾고, 한인업소는 ‘손님은 당연히 온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 바로 이 지점에서 변화는 시작된다.
한인들 사이에서 자주 오가는 말은 이미 익숙하다.
“가는 곳마다 발레파킹비를 내야 해.”, “서비스는 예나 지금이나 나아진게 없어.” “가격은 올랐는데 바뀐 게 없어.”
소비자들의 불만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이 ‘작은 불편함’들이 계속 쌓인다는 점이다. 식당의 경우 메뉴와 주문 방식은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고, 응대는 바쁜 날이면 퉁명스럽다. 미용실은 서비스는 똑같은데 해마다 은근슬쩍 요금만 올린다. 그러다 보니 선택지는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토런스 거주 박민정(46)씨는 "10대 딸이 한인타운 가기를 싫어한다"며 "영어로 주문하면 대충 대하거나 눈치를 준다는 경험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한 명, 두 명 발길이 줄어들면 업소 입장에서는 곧바로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그리고 다시 “경기가 안 좋다”는 말이 반복된다.
송정호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 관장은 “인플레이션 등 비용 상승과 업소간 경쟁 심화 등으로 한인 경제가 좋지 않다”며 “개인, 비즈니스 모두 머리를 맞대고 돌파구 마련을 위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요즘 소비자들은 분명히 달라졌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종업원의 친절한 인사 한마디, 깔끔한 매장, 빠른 응대, 온라인 리뷰 관리, 모바일 결제 가능 여부. 이 중 하나만 빠져도 소비자는 굳이 불편을 감수하지 않는다. 말 없이 다른 가게로 이동할 뿐이다. 과거처럼 “같은 한인이니까 이해해 주겠지”라는 업소 측의 기대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한인 고객일수록 오히려 비교는 더 냉정하다. 서비스가 좋으면 적극적으로 추천하지만 불편하면 조용히 등을 돌린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한인 커뮤니티 안에서도 꾸준히 손님이 몰리는 업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 업소들은 대형 프랜차이즈도 아니고, 엄청난 인테리어를 갖춘 곳도 아니다.
공통점은 의외로 단순하다. 문을 열면 먼저 인사한다. 불편하다는 말에 변명보다 “개선하겠다”는 대답이 나온다. 음식 메뉴나 취급하는 물건, 서비스의 가격이 명확하다.
SNS에 메뉴나 제품 사진 하나라도 꾸준히 올린다. “또 오세요”가 형식이 아니라 진심처럼 들린다. 이런 업소들은 손님을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계속 관리해야 할 관계’로 본다. 그래서 고객은 다시 돌아온다. 단골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임종택(수원갈비 대표) 세계한식총연합회 총회장은 “인건비, 재료비 등 각종 비용 상승으로 요식업계는 힘든 2025년을 보냈다”며 “올해는 업주는 어떤 자세로 비즈니스를 운영해야 하고, 종업원은 어떤 태도로 손님을 대해야 하는지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교육을 최우선 사업으로 벌이겠다”고 강조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에스더 김 바렛 가주 40지구 연방하원의원 후보는 “스몰 비즈니스가 무너지면 한인경제 전체가 무너진다”며 “2026년은 한인 업소들이 변하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인 경제는 업소만 바뀐다고 살아나지 않는다. 소비자 역시 돌아봐야 할 부분이 있다.
우리는 종종 이렇게 선택한다. “조금 비싸도 체인점이 편하지.”, “한인업소는 다음에 갈 거야.”, “오늘은 귀찮으니까 그냥 집 근처 가게로.”
한인타운은 단순한 상권이 아니다. 이민 역사, 문화, 사람들의 삶이 켜켜이 쌓인 공간이다. 이 공간이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거창한 개발보다 태도의 변화가 먼저일지도 모른다. 한인 소비자들은 “조금 불편해도 한인업소 한 번 더”라는 선택이 필요하고, 업소들은 “손님이 왜 안 오지?” 먼저 묻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로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순간, 한인타운의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오늘 점심이나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을 고르기 전 잠시만 생각해보자.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는 업소가 있는지. 그리고 업소라면 한 번 더 자문해보자.
“손님이 다시 오고 싶을 이유를 나는 만들고 있는지.”
한인 경제를 살리는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오늘 우리가 어디서 밥을 먹거나 물건을 사고, 업소는 어떤 표정으로 손님을 맞이하느냐에 달려 있다.
구성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