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세이] 동방박사들의 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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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동방박사들의 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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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기목사 (가주목양교회담임)


   성탄절은 매년 찾아오지만 제일 먼저 성탄을 알리는 곳은 이제 교회가 아니다. 성탄을 알리는 캐럴은 상가 매장에서 제일 처음 울리고, 크리스마스트리도 이제는 길거리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다. 성탄절에 관한 최근 미국 내의 이슈는 성탄절의 인사를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로 할 것인가 아니면 “해피 홀리데이(Happy Holidays)"로 할 것인가 정도이다. ‘해피 홀리데이’는 크리스마스, 하누카 등, 12월에 있는 다양한 종교적 휴일에 대한 인사법이고 이것은 비종교적 상황에서도 연말 휴일을 즐겁게 보내라는 포괄적 연말연시 인사로 통용되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 종교적 포용성을 위해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홀리데이'를 선호하려는 추세였지만 트럼프가 ‘메리 크리스마스’를 강조함으로 현재는 두 가지 모두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리스도를 위한 예배(그리스도(Christ)’와 ‘미사(mass ·예배))라는 뜻인‘메리 크리스마스’의 말은 퇴색되어 가고 있다. 

교회 안의 성탄절 역시 25일에 예배를 드리는 교회들이 줄어들고 있다. 성탄절이 들어있는 앞 주일에 성탄절 주일 예배로 대치되어 가고 있다. 동방박사들이 동방에서 별을 보고 예루살렘에 당도하여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뇨?’라고 물었을 때 온 예루살렘이 소동하였지만 정작 예루살렘에 사고 있던 그 누구 하나도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가지 않은 것같이 소동만 있을 뿐 예수에 대한 경배는 상실한 성탄절을 맞이하고 있지 않은지 묻고 싶다.

이런 이유로 성탄절에 등장하는 동방박사들의 경배는 새롭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페르시아의 사제단으로 알려져 왔으며 그들의 직무는 페르시아 왕의 통치에 조언하던 인물들로 추정할 수 있다. 아마 그들의 예루살렘 방문은 일개 로마의 식민지였던 작은 변방 나라였던 유다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방문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왕의 즉위식을 위한 축하 사절단도 아니고 장차 왕이 될 어린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직접 온다는 것은 상상하기 이례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일행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세 명의 인원이 아니었다. 중세 화가들에 의해 재현된 동방박사들의 일행은 그 길이가 무척이나 긴 것으로 묘사한다. 몇천 킬로를 걸어가야 하는 긴 여정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지위로 볼 때에 많은 수행원을 대동하고 온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동방박사들은 예루살렘에 도착하여 헤롯 임금을 알현하고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를 찾았을 때, 헤롯의 입장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유대인의 왕의 탄생은 자신의 자리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헤롯은 모든 대제사장과 백성의 서기관들을 모아 그리스도가 어디서 나겠느냐 물었고 그들은 성경의 예언대로 라면 유대 베들레헴이라고 답한다. 

또 유대 땅 베들레헴아, 너는 유대 고을 중에서 가장 작지 아니하도다. 네게서 한 다스리는 자가 나와서 내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가 되리라 하였음이니이다(마 2:6).

결국 동방박사들은 그들이 알려 준 대로 베들레헴으로 길을 향하였고 그들이 베들레헴에 당도하였을 때 다시 나타난 별의 인도하에 아기 예수를 경배하고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후대의 해석이겠지만 그들이 드린 예물은 예수의 왕권, 제사장직, 그리고 대속적 사역을 미리 예표하고 있다. 

동방박사들의 이러한 아기 예수에 대한 경배는 예루살렘에 살던 유대인 중 그 누구도 예수를 경배하러 오지 않았던 것과 크게 대별되는 사건이다. 메시아를 기다리던 유대인들은 예수께 경배하러 오지도 않았고 헤롯왕은 아기 예수를 죽이기 위해 군대를 파송하기에 이르렀다. 예루살렘의 종교 지도자들은 왜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오지 않았을까? 혹시 그들이 누리고 있는 삶의 안정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들이 누리고 있던 기득권을 내려놓기가 무서워 예수의 나심을 그토록 외면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들은 예수님 사역 내내 예수님을 메시아로 오신 유대의 왕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수가 십자가에 달린 명패에는 그들이 그토록 싫어했던 '유대인의 왕 나사렛 예수'(INRI)였다.

예수의 탄생과 더불어 회자되는 이방인 동방박사들의 경배는 예수가 ‘유대인의 왕’으로 나셔서 온 인류를 위한 그리스도 사신 것을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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