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가겠다는 아이, 부모의 조언은?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하버드대 캠퍼스. /AP
부모가 먼저 봐야 할 기준
열린 마음으로 자녀와 대화
합격 가능성 객관적 조사도
대학 입시는 학생 개인 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다. 자녀의 대학 진학은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동시에 부모에게는 자녀와 물리적·정서적으로 거리가 생긴다는 점에서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때 자녀가 자신에게 잘 맞는 대학을 선택했다는 확신이 있다면 부모의 마음도 그만큼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반대로 자녀가 본인과 맞지 않는 대학을 고집하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선택을 하는 것처럼 보일 때 부모의 불안과 걱정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성적과 현재 상황을 먼저 파악하라
자녀의 대학 선택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솔직하고 열린 태도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현실적인 판단을 위해서는 현재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의 생각과 희망을 충분히 듣고, 부모로서 궁금한 점을 차분히 질문해보자. 다소 비현실적이거나 미숙해 보이는 생각이라도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우선 자녀의 입장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녀가 9학년이고 하버드 진학을 꿈꾸고 있다면 아직은 가능성과 선택지를 함께 논의할 시간이 충분하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혹은 다른 대안은 무엇이 있는지 차분히 이야기해볼 수 있다. 반면 자녀가 11학년이고 대학 지원이 임박한 상황이라면 선택의 현실성을 점검할 시간 자체가 제한적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자녀의 목표가 지나치게 낮거나 높지는 않은지, 가정이 감당하기 어려운 학비의 대학을 선택한 것은 아닌지, 혹은 부모의 눈에는 설득력이 부족한 이유로 대학을 고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부모 자신의 기대와 욕구, 그리고 자녀의 필요와 바람을 구분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이는 말처럼 쉽지 않지만, 자녀에게는 사랑과 지지를 보내면서도 현실적인 조언을 전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합격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조사하라
부모로서 자녀가 지원하려는 대학에 실제로 합격 가능성이 있는지도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대학 입시에 확실한 보장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자녀의 성적과 활동이 해당 대학의 평균 수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또한 조기 전형과 정시 지원 중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것인지, 조기 전형에서 불합격할 경우 다른 대학에 지원할 시간과 여유가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해당 대학의 학업 수준이 자녀에게 지나치게 높거나 반대로 도전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함께 살펴보자.
예를 들어 9학년 학생이 최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한지 현실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합격 통계, 대학 웹사이트, 브로셔 등을 자녀 스스로 살펴보도록 격려하고, 대학 입시 절차 전반에 대해 현실적인 이해를 돕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다.
◇학비에 대한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라
대학 학비는 많은 가정에게 가장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다. 자녀가 가정의 재정 상황을 잘 모르는 경우라면 더욱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 자녀와 함께 원하는 대학의 총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재정 지원이나 외부 장학금이 얼마나 필요한지, 학자금 대출이 가능한지, 그리고 그로 인해 감당해야 할 부담은 어느 정도인지 차분히 논의해보자.
이를 위해 대학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NPC(Net Price Calculator)를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조기전형 중 얼리 디시전(ED)은 합격 시 진학이 의무화되는 전형이므로 NPC 결과상 학비 부담이 과도하다면 지원 여부 자체를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학비 문제는 단순히 금액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녀가 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졸업 후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지, 대출 상환 계획은 무엇인지까지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때로는 재정적으로 여유 있는 선택이 자녀의 미래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적합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라
많은 부모가 예상하지 못하는 점은 대학 선택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가 합격 가능성이나 학비보다도 그 대학이 자녀에게 정말 잘 맞는지 여부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성장 과정에 있는 청소년은 부모와는 다른 욕구와 가치관을 지닌 독립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자녀가 대학 순위나 명성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이성친구가 진학하는 학교라는 이유로 특정 대학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선택은 자녀의 성향이나 장기적인 삶의 방향과 맞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이럴 때 부모는 왜 그 대학에 가고 싶은지 자녀에게 묻고, 그 이유를 충분히 들어줄 필요가 있다. 동시에 그 대학이 자녀의 성격, 학습 방식, 그리고 인생 전반에 걸쳐 어떤 의미를 가질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의 규모, 위치, 학풍, 전공 프로그램의 특성 등 구체적인 요소들을 함께 살펴보자. 큰 종합대학과 소규모 리버럴 아츠 칼리지(LAC)는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도시와 시골, 동부와 서부도 마찬가지다. 자녀가 어떤 환경에서 가장 잘 성장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보자.
김수현 교육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