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신호등]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가(2025년을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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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신호등]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가(2025년을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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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영 

미주조선일보 독자부 위원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 시간에 얽매여 사는 유한의 존재, , ,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의식하며 쫓기듯 앞만 보고 바쁘게 살아왔다. 마음 한 구석엔 속절없이 지나 간 시간들이 강물처럼 잔잔한 물결로 흐르는 듯 하다. 동요 작곡가, 이수인의 가곡 ‘내 맘의 강물’ 이 문득 떠오른다.


“수많은 날은 떠나갔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새파란 하늘 저 멀리 구름은 두둥실 떠나고”

“비 바람 모진 된서리 지나간 자욱마다 맘 아파도”

“알알이 맺힌 고운 진주알 아롱아롱 더욱 빛나네”


노랫말처럼, 그날 그때는 흘러갔어도 그 시절을 버텨온 흔적들, 아픈 상처도 있지만, 단단하게 맺힌 진주알처럼 아롱아롱 곱게 빛을 발하는 추억도 있다. 인생의 수고와 고단함 속에서도 인내로 그렇게 시간을 다듬으며 우리는 여기까지 살아 왔다. 삶의 애환과 궤적의 강물이 내 맘에 흐르고, 이 시(詩)는 또 노래로 번안되어 입속에서 흐른다. 떠가는 구름처럼, 스쳐간 바람처럼, 쉼없이 바다로 흘러가는 강물처럼...


시간에 편승하여 하루하루 여기까지 살아 오면서, 어떤 날은 벅찬 기쁨이 있었고, 어떤 날은 설명하기조차 힘든 삶의 무게도 느꼈고, 어떤 때는 삶의 방향과 목적마저 잃고 그저 앞만 보고 달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들이 모이고 쌓여서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연말의 시간은 우리에게 조용히 묻는다. “올해 나는 무엇을 얻었으며, 무엇을 잃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자기성찰은 필수과목이다. 반성과 성찰은 나의 ‘나 됨’을 업그레드하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얻은 것이 있었다면, 진정으로 감사하며 무겁게 책임감을 새기고, 잃은 것이 있었다면, 값진 경험으로 삼아 내 자신을 위로하고, 내일의 도전에 응용해야 할 것이다.


두 나뭇꾼 친구가 산에서 나무를 찍어 장작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 친구는 집착과 승부욕이 강해 쉬지도 않고, 하루 종일 열심히 나무를 찍었다. 다른 친구는 50분 일하고 10분을 쉬면서, 땀을 식히고 숨을 고르면서 나무를 찍었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 산을 내려갈 시간이 되었다. 


두 친구는 결과를 비교해 보니 어찌된 셈인지 쉬어가면서 일한 친구의 장작이 더 많았다. 승부욕이 강한 친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가 더 열심히 일했는데, 왜 자네 것이 더 많단 말인가?” 그러자 다른 친구는 웃으면서 “나는 10분을 쉴때마다 도끼 날을 갈고 나무의 결을 살폈다네.”


‘두 나뭇꾼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 아무리 바쁘게 살아도 ‘삶의 날(Blade of the Life))’을 갈면서 살아야 한다. 날(Blade)을 갈면서 도끼의 상태도 점검하고, 숨을 고르며 나무의 결(Wood Grain)도 살펴보게 된다. 한 세상 살면서 무엇을 위해 나무를 찍었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찍을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삶의 방향과 내 현 위치를 자주 확인하고 수정이 필요하면 한 시라도 빠르게 고쳐야 한다. 


학창시절 50분 수업하고, 10분 쉬는 것은 괜히 있는 시간표가 아니었다. ‘10분의 쉼’은 다음 수업을 위한 집중력의 회복이며, 정신적, 신체적 재충전의 시간이었다. 집중력의 한계가 있는 인간의 삶에도 그 10분이 절실히 필요하다.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우리는 때때로 외로움과 두려움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은 상실의 흐름이 아니라, 성숙의 과정에 더 가깝다.


흐르는 동안 강물은 조금씩 더 ‘깊어지고’, 조금씩 더 ‘넓어지고’, 때로는 더 ‘맑아진다’는 진리를 우리는 삶을 통해 배우고 체득해 왔다. 세월과 함께 외모는 낡아 변질돼도, 성숙의 깊이 만큼은 세월이 주는 선물이다.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마음 속에 강물도 2025년을 밀어내고, 벌써 2026년을 향해 흐른다. 그 강물 위에 떠 있는 수많은 기억과 감정들은 새해로 향하는 우리에게 조용히 말한다. 

“흘러는 가되,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지고, 더 단단해 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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