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보다 '메릿 장학금'… 똑똑한 선택이 대세"
학비 전액을 커버하는 4가지 메릿장학금을 지급하는 에모리대 캠퍼스. /Emory University
2026년 가을학기 대입 시즌
중산층 부모 '잠 못이루는 밤'
너도 나도 메릿 장학금 헌팅
"아이비리그요? 매년 10만달러씩 내고 못보내요."
연 가구소득이 30만달러를 조금 웃도는 학부모 박모(46)씨는 12학년 아들의 2026년 가을학기 대학 지원 전략을 세우며 과감히 결정했다. 하버드나 예일 대신 밴더빌트대 조기전형(ED1)에 지원한 것.
박씨 가정의 선택 이유는 명확했다. ‘메릿 장학금(merit scholarship)’ 때문이다.
웬만한 최상위권 사립대 연간 등록금이 9만~10만달러를 넘나드는 요즘 한인 학부모들 사이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바로 메릿 장학금을 제공하는 대학으로의 러시다.
문제는 소위 '유리지갑' 중산층의 딜레마다. 연 가구소득이 20만달러를 넘으면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아이비리그가 주는 '니드 베이스 재정보조'를 받기 어렵다. 그렇다고 연 10만달러 가까운 등록금을 4년간 부담하기엔 버겁다.
"UC를 보내도 연 4만달러는 나가요. 사립이면 그 두 배 반이죠. 웬만한 중산층 가정에게는 엄청난 부담입니다."
딸이 듀크대에 지원한 신모(50)씨의 푸념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대학들이 있다. 밴더빌트, 듀크, 에모리, 와슈(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라이스, USC 등 소위 ‘비아이비’ 명문사립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메릿 장학금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메릿 장학금은 가정의 재정 상황과 무관하게 학생의 성적, 리더십, 재능, 봉사활동 등 우수성을 인정해 지급하는 장학금이다. 아이비리그 8개 대학이 오직 니드 베이스 재정보조만 제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밴더빌트는 코넬리우스 밴더빌트 장학금, 총장 장학금, 잉그램 장학금 등 매년 신입생 250명에게 ‘풀 투이션’ 장학금을 지급한다. 에모리는 우드러프 장학금, 학장 장학금, 교수 장학금, 에모리 기회 장학금 등 최소 학비 전액을 커버하는 4가지 메릿 장학금을 제공한다. 듀크는 로버트슨 리더십 프로그램, 앤지어 듀크 장학금, 카쉬 국제 장학금 등 등록금 100%를 해결하는 메릿 장학금에 많은 우수학생들이 몰린다. 라이스는 총장 장학금, 이사 장학금, 제임스 베이커 3세 장학금 등 알짜배기 메릿 장학금을 내걸고 우수학생을 유치한다.
메릿 장학금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의 뛰어난 성취를 대학이 인정했다는 상징이기도 하다.
라이스 조기전형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윤모(47)씨는 "12학년 클래스 랭크 1등을 차지한 아들이 아이비리그에 관심을 뒀지만 부모 소득에 상관없이 자격을 갖춘 학생에게 메릿 장학금을 주는 라이스에 지원해 마음이 조금 놓인다"고 털어놨다.
한인학생 및 학부모들 사이에서 과거처럼 무조건 아이비리그를 최우선으로 여기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교육의 질과 함께 현실적인 재정 지원을 동시에 고려하는 똑똑한 선택이 대세다.
연 10만달러 등록금 시대. 한인 학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다 전략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메릿 장학금을 제공하는 비아이비 명문 사립대학들이 있다.
구성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