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습관만으로 25% 치매위험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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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습관만으로 25% 치매위험 감소?

웹마스터


임영빈

K-day PACE 원장


전 세계적인 고령화 속에서 “치매는 과연 예방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오랫동안 의학계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었다. 이에 가장 설득력 있는 해답을 제시한 연구가 바로 45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World-Wide FINGERS 네트워크다. 이 네트워크의 모태가 된 Finnish FINGER 연구는 약물 없이도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인지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중재군은 대조군에 비해 전반적 인지기능이 25%, 실행기능은 83%, 처리속도는 150%나 개선됐으며, 두 집단의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뚜렷해졌다. 이 결과는 치매 예방의 주도권이 일상의 선택과 습관에 있음을 보여준다.


첫째 축은 ‘인지 자극’이다. 뇌는 익숙한 활동에는 적은 에너지를 쓰지만,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도전적 과제에 몰두할 때 더 넓은 신경회로를 활성화한다. 악기 연주, 외국어 학습, 독서 후 요약, 퍼즐 등은 신경가소성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연구에서 지연기억이 뚜렷하게 개선된 점은, 이러한 일상적 자극이 실제 인지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둘째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의 균형이다. 뇌는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혈류의 20% 이상을 사용한다. 혈관 기능이 떨어지면 인지저하가 뒤따르는 이유다. 중강도 유산소 운동은 뇌혈류를 개선하고, 근력운동은 대사기능을 안정시킨다. 여러 FINGERS 연구에서 운동량 증가에 비례해 인지기능이 향상되는 ‘용량–반응 관계’가 관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 150~210분의 유산소 운동과 주 2~3회 근력운동, 하루 8000보 걷기 정도의 꾸준한 실천만으로도 뇌는 더 젊은 리듬을 유지할 수 있다.


셋째는 지중해식·MIND 식단으로 대표되는 영양 패턴이다. 메커니즘은 복합적이다. 항산화·항염증 작용, 혈관기능 개선, 혈당 변동성 완화 등이 통합적으로 작동한다. 특히 채소·과일·견과류·통곡물·올리브오일·생선을 중심으로 한 식단은 여러 국가의 WW-FINGERS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인지기능 안정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년 이후에는 혈당조절이 더욱 중요한데, 이는 미세혈관 손상을 줄여 해마와 같은 기억중추를 보호하기 때문이다.


넷째는 혈압·혈당·지질·체중이라는 대사·혈관 위험요인 관리다. 치매는 뇌의 문제가 아니라 전신 건강의 축적된 결과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고혈압, 당뇨병, 비만, 이상지질혈증은 모두 뇌혈관을 손상시키는 독립 위험인자다. 실제 FINGER 연구에서 중재군의 혈압, LDL, 중성지방, BMI가 모두 유의하게 개선된 사실은 ‘혈관을 지키는 것이 곧 뇌를 지키는 일’임을 분명히 한다. 가정혈압 측정, 식후 10분 걷기, 정기적 혈액검사 같은 단순한 관리도 장기적 차이를 만든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연결의 유지가 있다. 많은 이들이 간과하지만, 사회적 고립은 흡연·비만·고혈압에 버금가는 강력한 치매 위험요인이다. 대화·모임·정기적 연락과 같은 사회적 활동은 정서적 안정뿐 아니라 복잡한 인지적 처리 과정을 동반해 뇌를 지속적으로 활성화한다. 여러 WW-FINGERS 연구에서 사회적 활동 점수가 높을수록 인지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결과가 반복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FINGER 연구와 WW-FINGERS 네트워크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치매는 단일 요인이 아니라 생활습관의 총합으로 결정되는 질환이며, 따라서 복합적 개입이 가장 강력한 예방전략이라는 점이다. 인지 자극, 운동, 식사, 대사·혈관 관리, 사회적 연결이라는 다섯 축은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데다 과학적으로 검증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치매가 하루 아침에 나타나는 질환이 아니라는 점이다. 40~60대의 생활습관이 70~80대의 인지기능을 결정한다. 이 시기의 선택이 뇌의 나이를 바꾼다.  문의 (213) 757-2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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