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겨울, 당뇨인의 혈당이 흔들리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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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겨울, 당뇨인의 혈당이 흔들리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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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빈

K-day PACE 원장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몸도 혈당도 함께 흔들린다. 당뇨병 환자라면 누구나 겨울철 혈당 조절이 한층 어려워진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 일본 연구팀이 4,678명의 당뇨병 환자를 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당화혈색소를 목표치 이하로 낮춘 환자는 여름철 53.1%였던 반면 겨울에는 48.9%로 떨어졌다. 계절의 변화가 혈당 조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UC샌디에이고의 한 연구에서도 겨울철 공복혈당이 평균적으로 여름보다 높게 나타났다. 기온이 낮아지면 단순히 체온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대사와 호르몬 균형에도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추운 계절의 신체 반응이 혈당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추위 속에서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스트레스 상태’로 전환된다. 이때 코르티솔, 아드레날린 등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며, 이는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하고 간에서 포도당을 더 많이 내보내게 만든다. 결국, 평소와 같은 식사와 활동을 유지하더라도 혈당은 높아지기 쉽다.


여기에 활동량 감소가 더해진다. 낮이 짧고 바람이 차가워지면 자연스럽게 외출이 줄고, 운동 강도 또한 약해진다. 근육의 움직임이 줄면 인슐린 감수성이 떨어져 혈당이 잘 내려가지 않는다. 은평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이정민 교수는 “신체활동이 위축되면 에너지 소비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이로 인해 혈당 상승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설명한다. 혈액순환도 둔화되어 손발이 차고 말초신경의 기능이 떨어지며, 감각 저하로 인해 ‘당뇨발’의 위험도 커진다.


또 다른 변수는 감염이다. 겨울철 잦은 감기와 독감은 당뇨인의 혈당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감염이 생기면 몸은 방어 체계를 가동하기 위해 다시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한다. 일산차병원 내분비내과 홍재원 교수는 “감염이 생기면 우리 몸은 싸우기 위해 준비하면서 혈당이 상승하는 생리적 반응을 보인다”며 “감기 예방을 철저히 하는 것이 혈당 관리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겨울철 혈당의 파도 속에서 어떻게 균형을 지킬 수 있을까?

무엇보다 ‘규칙적인 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추워도 완전히 운동을 멈춰서는 안 된다. 실내에서 스트레칭, 실내 자전거, 요가, 가벼운 근력 운동 등으로 몸을 꾸준히 움직여야 한다. 햇빛이 있는 낮 시간에 짧게라도 산책을 하는 것도 좋다. 햇빛은 비타민 D 합성을 도와 면역력을 높이고, 계절성 우울감과 스트레스도 줄여준다. 스트레스가 줄면 그 자체로 혈당 변동성이 완화된다.


식습관 조절도 빼놓을 수 없다. 겨울에는 따뜻한 음식과 함께 칼로리 섭취가 늘기 쉽다. 활동량이 줄어드는 만큼 식사량을 10~15% 정도 줄이는 것이 좋다. 밥 두 숟가락을 덜고, 간식과 단당류는 최소화해야 한다. 탄수화물 대신 단백질과 식이섬유 중심의 식단을 유지하면 혈당 상승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특히 찌개나 전골처럼 국물이 있는 음식은 나트륨과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 조심해야 한다.


또 하나의 핵심은 자주 확인하기’다. 추운 날씨에는 손끝이 차가워 혈당 측정이 어렵거나 반응이 늦을 수 있다. 측정 전 손을 따뜻하게 데우고, 평소보다 하루 한두 번 더 측정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혈당의 변동성을 미리 파악해야 조기에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방접종과 감염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감염이 생기면 혈당이 급격히 오르고, 감기나 독감 치료에 사용하는 일부 약물도 혈당을 상승시킬 수 있다.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 외출 후 손 씻기, 독감 예방접종은 당뇨인에게 필수적인 ‘혈당 방어 전략’이다.


결국 겨울철 당뇨 관리의 핵심은 “몸을 따뜻하게, 생활을 규칙적으로, 마음을 느긋하게”다. 혈당 관리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의 리듬을 유지하는 문제다. 추운 계절일수록 평소보다 더 세심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작은 생활습관의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든다.


겨울은 당뇨 환자에게 단지 ‘위험한 계절’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습관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의 계절이기도 하다. 활동을 유지하고, 식사를 절제하고, 혈당을 자주 측정하고, 감염을 예방하는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그것이 바로 겨울을 이겨내는 가장 따뜻한 처방이다. 문의 (213) 757-2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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