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운전자에 총 겨눠..알고 보니 ICE 요원
지난 9일 샌타애나에서 평상복 차림을 한 ICE 요원이 총을 든 채 여성 운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ABC
평상복·복면 이민단속 늘며
경찰도 모른 채 제지 나서
“요원 혹은 범죄자 헷갈려”
주민 “불안하고 공포” 호소
영주권자 그린카드 항상 소지
지난 9일 오렌지카운티 샌타애나 번화가 한복판에서 평상복을 입은 한 남성이 여성 운전자를 향해 총을 겨누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다행히 풀러튼 경찰국의 경관이 출동해 상황을 진정시켰다. 이 남성은 자신을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이라고 밝혔다. 여성 운전자가 작전 수행 중 자신을 따라다니며 촬영했다는 게 요원의 주장이다. 이후 여성 운전자는 떠났으며 자칫 더 큰 불상사로 이어질 수 있던 순간은 일단락됐다.
최근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ICE 요원들이 평상복 차림이나 마스크를 착용한 채 무차별 이민 단속에 나서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범죄자들이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복면을 쓴 ICE 요원들이 곳곳에 출몰하며 이민자들을 체포하고 있다”며 “진짜 요원인지 아니면 사칭한 범죄자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공포감을 드러냈다. 이민단체들도 연방 요원이 신분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민간인을 체포하는 행위는 법적 정당성을 의심 받을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7월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도 이 같은 우려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패서디나의 한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던 주민이 표식이 없는 차량에서 내린 한 남성에 의해 제압된 후 체포됐다. 이 남성은 ‘경찰’이라고 적힌 방탄 조끼를 입고 있었으며 얼굴 전체를 가린 검은 복면을 착용했다. 그는 주민에게 다가가 신분증 제시나 경고 없이 곧바로 체포를 시도했으며, 주변에는 같은 복면을 쓴 요원으로 보이는 여러 명이 함께 있었다.
패서디나 이민 커뮤니티는 동영상이 공개된 후 불안감이 확산됐다. 한 주민은 “이제는 누가 경찰이고, 누가 범죄자인지 조차 알 수 없다”며 “이민 신분과 상관없이 누구나 단속의 대상이 되는 현실이 두렵다”고전했다.
연방수사국(FBI)는 이 같은 혼란이 이어지자 모든 이민단속 요원에게 현장에서 반드시 신분을 밝히고, 요청 시 신분증을 제시할 것을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FBI는 “복면을 한 요원들이 시민을 체포하는 장면은 공권력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며, 실제 범죄자들이 이를 악용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ICE 측은 이에 대해 요원들에 대한 폭력과 협박, 신상 털기가 급증한 상황에서 요원들의 익명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민 단속이 강화되면서 일부 연방 요원들이 자신의 신분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무력을 사용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주민들의 불안과 공포심리가 심화되고 지역사회의 신뢰와 공공 안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민단체들은 "이민당국의 무차별 단속이 잇따른 상황에서 외국 태생 합법 이민자들이라도 그린카드 등 증명서를 항상 휴대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이해광 기자 la@chosun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