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양 떼를 잘 아는 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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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양 떼를 잘 아는 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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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지금은 소천했지만, 월드뱅크에서 중책을 맡았던 한 장로가 기억난다. 그분이 섬기던 교회의 초청을 받아 며칠간 강의를 했고, 그분이 교회와 숙소 간 픽업을 해 주셨다. 한두 번 그분과 식사를 같이 했고, 그 분은 기독교 학교에 큰 관심을 보였다. 당신이 섬기는 교회에서도 기독교 학교를 설립했으면 한다고 했고, 왜 자기 교회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주변환경, 특히 버지니아 페어팩스 지역 교육열, 교회 시설, 교통 등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그리고, 그 장로는 교회를 창립한 담임 목사님에 대한 존경과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그 장로는 자신이 매우 까다로운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교회생활이 너무 즐거웠는데, 다 목사님의 목회 철학 때문이라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교회를 개척 해 중견교회로 성장시킨 담임목사는 40대 초반까지 사업가였다. 본업이 회계사였고, 수십 명의 회계사를 고용했던 회계법인의 대표 이사였다. 그러나 건강에 문제가 생겼고, 그 과정을 통해 목회자의 부르심을 확신해 신학을 하게 되었고, 결국 목사가 되어 교회를 개척했다. 


그 담임목사는 평신도가 주중에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해 먹고 사는지 잘 알고 있었다. 즉, 대학을 졸업한 뒤 곧장 신학을 해 일반 사회에서 일을 해보지 않는 목회자와는 달리, 평신도의 삶과 영육 간의 고충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목사는 절대 성도들에게 큰 헌신, 부담스러운 헌금, 또 지나친 봉사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담임목사는 그저 교인들이 주일에 기쁜 마음으로 축제 분위기 속에 예배 드리고, 식사를 함께한 뒤 집에 돌아가라고 했다. 놀랍지 않은가? 일반 교회는 주일 예배, 성경 공부, 부서별 모임, 기도 모임, 성가대 연습, 저녁 예배 등 주일 일정이 꽉 차 있다. 하지만, 그는 주일 예배를 마친 뒤 성도들이 집에서 가정 예배를 드리고 가족과 함께 식사를 즐기라고 가르쳤다. 그래서 아예 주일 오후 예배를 드리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자, 성도 수가 급증했고,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성경 공부를 목사에게 요청했단다. 자연스럽게 주일학교 교사 모임도 생겼고, 성가대도 만들어져 주중 연습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담임목사는 절대 프로그램과 봉사로 교회와 교인을 “뺑뺑이” 돌리지 않았다. 특히 새 신자들에겐 절대 그런 부담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평신도의 삶과 일터에서의 노고를 잘 이해하는 목사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세상에서 사업을 하고, 직장에 다니고, 출퇴근길 장시간 운전을 하며 스트레스받는 그런 일반 성도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풀타임 목회자가 되기 전 2~3년 동안 직장생활을 해 본 다음 목회자가 되는 그런 프로그램이 있으면 어떨까? 


목회가 쉽지 않지만, 평신도의 삶과 생업도 벅차고 힘들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어떤 이는 토요일이나 주일까지 일을 해야 하고, 그렇게 살다 지친 몸과 마음을 갖고 교회를 찾아 가는데, 교회에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주일 예배 외에도 주중 예배, 금요 철야 기도회, 주중 그리고 토요 새벽 기도회, 성가대 연습, 주차장 관리, 주방 서비스, 선교회 모임, 교사 모임 등에 꼭 참여 및 봉사하라고 강조하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래야 교회 멤버가 되고, 그래야 집사, 안수집사, 장로가 되는, 마치 벼슬을 따는 듯한 이 과정 때문에 장로들이 배지를 단 다음 어깨에 힘을 주는 건 아닐까?


물론, 열심을 내어 섬기고 봉사하는 성도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다 그렇지 않다. 그리고, 열심을 내는 성도도 점점 더 많은 일, 더 큰 직책을 맡으면 부담을 느낄 수 있고, 그러다가 번아웃 상태까지 간다. 이걸 모르는 목사나 교회 중직자들이 없을 텐데 평신도의 마음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일반 성도를 일꾼으로만 여기는 건지 목회자의 본심이 궁금하다. 


목사를 보통 “목회자,” 양 떼를 이끄는 “목자”라고 부르는데, 양의 상태를 잘 파악해 피곤하고 지친 양 떼를 잘 먹이고, 쉬게 하고, 재충전시켜 한 주간 삶의 일선에서 승리하게 돕는 것이 목자의 역할이다. 그렇다면, 주일이나 주중에 너무 성도들을 “빡세게” 돌리지 말길 부탁한다. 


목회자와 교회가 시키는 일을 다 감당해야만 신앙이 좋고, 그래야만 성숙하다 하지 말고, 교인 수와 헌금으로 목회의 성공을 계산하지 말아야 한다. 성도가 얼마나 기쁘게 예배 드리고 얼마나 균형있게 살아가는지를 잣대로 사용하는 목회자가 더 많아지길 일개 성도로서 간곡히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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