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추억을 담지만… 때론 비밀도 있다

눈독을 들이는 집에서 누군가 사망했는지 알고 싶다면 제일 먼저 공공기록을 확인해야 한다. /AP
주택 과거이력 확인하기
이웃에 물어보거나 온라인
검색으로 궁금증 해소 가능
집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가족을 품고, 인생의 굴곡을 함께하며, 수많은 이야기들을 담아온 공간이다. 그렇기에 ‘벽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라는 질문은 자연스럽다. 때로는 평범한 일상일 수도 있지만, 어떤 집은 더 미스터리한 과거를 숨기고 있을 수도 있다. 최근 온라인 매체 슬레이트(Slate)는 한 부부의 사례를 소개했다. 집을 팔 준비를 하던 이들은 “부모님이 집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꼭 말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했다. 건물 결함이 아니라 ‘누군가가 이 집에서 죽었다’는 사실에 대한 구매자의 심리적 반응이 걱정이었던 것이다. 대부분 주는 자연사의 경우 이를 구매자에게 알릴 법적 의무는 없다. 그러나 살인, 자살 사건 등 폭력적인 죽음이나 널리 알려진 사건의 경우 일부 주에서는 의무적으로 고지해야 하며, 이는 집값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주택 과거 이력, 어떻게 확인할까?
1. 공공기록 열람
“누군가 집에서 사망했는지 알고 싶다면 가장 먼저 지역 공공기록을 확인해야 한다.”
부동산 정보업체 Fast Home Buyer California의 YK 쿨리예프 대표는 이렇게 조언한다.
대부분의 시·카운티에는 출생 및 사망 기록을 보관하는 ‘생명기록 사무소(vital records office)’가 있으며, 신청 절차는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다만, 기록이 항상 완전하지는 않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법률 전문가 라일리 빔 변호사는 “일부 사망 기록은 보존 기간이 짧고, 프라이버시나 기록 누락으로 인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연방사회보장국(SSA)의 사망자 데이터베이스는 1962년부터 2014년까지만 유지됐다. 즉, 기록이 없다고 해서 사망이 없었던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2. 이웃에게 물어보기
동네 주민들은 지역의 ‘역사학자’다. 특히 오래 거주한 이웃은 예상치 못한 정보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주택소유주협회(HOA)가 있는 경우라면 보드멤버에게 문의하거나, 등기기록을 검색해 오래된 소유주를 찾아 접촉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3. 신문 기사 및 온라인 보도 검색
지역 도서관에는 과거 신문 아카이브가 보관되어 있으며, 일부는 온라인으로 열람할 수 있다. 지역 신문에서 부고, 사망 기사, 범죄 보도를 중심으로 검색하면 도움이 된다. 검색이 어려울 경우, 도서관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효과적인 자료 접근 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4.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문의
부동산 에이전트은 과거 거래 사례나 커뮤니티 정보에 기반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
다만, 고지 의무는 주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에이전트는 적극적으로 알려줄 수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직접 질문을 해야만 답변 의무가 생기기도 한다.
5. 판매자 고지서 확인
법률적으로는 주에 따라 판매자가 집의 과거를 어디까지 알려야 하는지 기준이 다르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는 최근 3년 이내 사망 사실, 심지어 자연사까지도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사우스다코타는 지난 1년간의 자살, 살인, 중범죄 발생 여부를 고지해야 하며, 델라웨어, 조지아, 켄터키는 구매자가 요청할 경우 판매자가 진실을 밝힐 의무가 있다.
한편, 알래스카는 모든 사망 사실을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직접 확인이 어렵다면? 유료 서비스도 있다"
직접 기록을 찾는 것이 번거롭다면 ‘DiedInHouse.com’과 같은 웹사이트에서 약 14.99달러를 지불하면 해당 주소의 과거 사망 이력, 범죄, 화재 등 이슈를 조사해준다.
하지만 이 역시 모든 과거를 100%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여러 출처를 교차 확인하는 것이 가장 신뢰할 만한 방법이다.
◇주택 내 사망, 집값에 영향 줄까?
특히 폭력적이거나 유명세를 탄 사건의 경우, 구매자들의 정서적 거부감으로 인해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 영향력은 지역, 문화적 요소, 시간 경과에 따라 다르며, 시간이 흐를수록 효과는 줄어든다.
실제로 1969년 찰스 맨슨 일당이 잔혹한 살인을 저지른 LA 주택은 2021년에도 190만 달러에 매각됐다.
이처럼 일부 특이한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주택은 시간이 지나면 과거 이력보다는 위치, 리모델링, 수요 등 현실적 조건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구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