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워 보이는 전공으로 지원, 좋은 전략 아니다
대학에서 학업의 중심은 '전공'이다. 늦어도 2학년 봄학기까지는 전공을 정해야 한다. UCLA 캠퍼스. /UCLA
'희망 전공'의 모든 것
대부분 대학, 2학년 말까지 전공 선택
너무 늦게 변경하면 제때 졸업 못할 수 있어
고교생들은 종종 의문을 품는다. “역사학을 전공하고 싶은데 왜 AP캘큘러스를 택해야 하지?"
고등학교에서는 졸업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정해진 커리큘럼을 따라야 하지만 대학에 진학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학업의 중심은 전공이 되고, 커리큘럼 선택의 자유도 훨씬 넓어진다. 물론 대학 지원 시점에서 무엇을 전공할지 확실히 알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방향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희망 전공(intended major)'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희망 전공이란 무엇인가
희망 전공은 말 그대로 지원자가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은 특정 분야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대학은 지원 시 하나 이상의 희망 전공을 기재하도록 요구한다. 이는 지원 당시 선택한 전공일 뿐, 졸업할 때까지 변경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일부 예외가 있다. 특정 대학의 경쟁이 치열한 프로그램은 별도의 원서나 추가 서류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지원자는 왜 해당 프로그램을 공부하고자 하는지 명확한 의도를 밝혀야 한다. 경쟁이 매우 치열한 프로그램의 경우 대학에는 합격했지만 특정 프로그램 자체에는 탈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희망 전공은 유연하게 변경 가능한 선택지다.
◇전공 확정, 언제 해야 할까
전공을 확정하고 대학에 공식적으로 신고(declare)하는 시기는 대학마다 다르다. 대부분의 대학은 2학년 봄학기까지 전공을 확정할 것을 요구한다. 이 기간 동안 학생들은 다양한 수업을 들으며 자신의 진정한 관심사를 발견할 수 있다.
일부 전공은 더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앰허스트 칼리지의 신경과학(neuroscience) 전공은 학생이 수강할 모든 과목과 시기를 계획해서 문서로 작성해야 한다. 이처럼 전공 신고를 위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대학마다 상이하므로 아카데믹 어드바이저와 긴밀히 상담해서 마감일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전공 변경은 가능한가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원서에 기재한 희망 전공을 나중에 변경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대학 생활 중 전공을 바꾸며, 한 번 이상 변경하는 경우도 흔하다. 대학에서 다양한 수업을 들으며 새로운 분야에 흥미를 느끼거나 처음 생각했던 전공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너무 늦게 전공을 변경하면 필수 과목을 이수할 시간이 부족해 졸업이 지연될 수 있다. 전공마다 요구하는 필수 과목과 학점이 다르기 때문에 3학년이나 4학년에 전공을 바꾸면 졸업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일부 대학에서는 여러 단과 대학을 넘나드는 전공 변경이 쉽지 않다. 코넬 대학의 경우 특정 단과 대학에 합격한 학생이 다른 단과 대학으로 옮기려면 정식 편입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 번 전공을 변경하면 더 이상 바꾸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므로, 변경 결정은 신중하게 내려야 한다.
◇희망 전공,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전공을 나중에 바꿀 수 있다고 해서 지원 시점에서 대충 선택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원서를 작성할 때 다음 세 가지 요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첫째, 관심사다.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 열정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파악하라. 진정한 관심사가 없는 전공을 선택하면 대학 생활이 고통스러울 수 있다. 어떤 과목을 공부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는지, 어떤 주제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은 호기심이 생기는지 돌아보라.
둘째, 프로필이다. 성적과 과외활동을 종합해서 어디에 강점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수학과 과학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사이언스 올림피아드에 참여했다면 STEM 전공을 고려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반면 인문학 과목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학교 신문 편집장을 역임했다면 인문학 전공이 적합할 것이다.
셋째, 직업 목표다. 졸업 후 어떤 직업을 가질지 지금 당장 확신할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 방향은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직업이 전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인문학 전공자들은 법조계, 언론계, 비즈니스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반면 엔지니어링이나 간호학 같은 전공은 특정 직업과 더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향이 있다.
◇희망 전공이 합격에 미치는 영향
일반적으로 희망 전공은 합격 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부분의 대학은 학생의 전반적인 학업 능력과 잠재력을 평가하지 특정 전공 선택 여부로 당락을 결정하지 않는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은 합격이 좀 더 '쉬워 보이는' 전공으로 지원한 뒤 나중에 원하는 전공으로 바꾸는 전략을 고민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나중에 단과 대학을 넘어 편입하려는 시도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고, 성공을 보장할 수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지원자의 프로필이 희망 전공과 일치하지 않으면 대학 입학사정관이 진정성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4년간 인문학 과목에 집중하고 문학 클럽 활동을 해온 학생이 갑자기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겠다고 하면 입학사정관은 그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불일치는 오히려 합격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김수현 교육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