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60세 이후의 소식, 건강을 지키는 길일까, 잃는 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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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60세 이후의 소식, 건강을 지키는 길일까, 잃는 길일까”

웹마스터

임영빈
K-day PACE 원장


요즘 ‘소식(小食)’이 건강의 상징처럼 떠오르고 있다. 과식보다 절제가 낫다는 믿음은 맞지만, 문제는 모든 연령에 똑같이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60세 이후의 몸은 젊을 때와 전혀 다르다. 이 시기에 무작정 식사량을 줄이면, 체중이 줄면서 건강도 함께 줄어든다.


진료실에서 60~70대 환자들을 보면 “두 끼로 줄였어요” “밤엔 안 먹어요”라는 말을 자주한다. 체중이 빠져서 뿌듯해 하지만, 정작 근육량이 급격히 줄고, 기력도 떨어져 있다. 노년층에서의 체중 감소는 대부분 근육과 수분의 손실로 인한 것이며, 결국 (1) 기운이 없고 (2) 탈수가 심해지고 (3) 활동이 줄어 (4) 근력운동조차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근감소증이 빠르게 진행되어 낙상, 골절, 당대사 이상,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연구에 따르면 6~12개월 사이 체중이 5% 이상 줄면 사망률이 유의하게 증가한다. 노년기에 체중이 빠진다는 것은 지방이 아니라, 생명을 지탱하는 근육이 빠진다는 뜻이다. 근육은 단순히 움직이기 위한 기관이 아니라, 당을 저장하고, 면역을 조절하며, 노화를 늦추는 대사기관이다. 따라서 “체중이 줄었다”는 말보다 “근육이 유지되고 있다”는 말이 훨씬 더 중요한 건강지표다.


식사량을 줄이는 대신, 이제는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노년기에는 단백질 요구량이 오히려 높아진다. 체중 1kg당 최소 1.0~1.2g, 즉 60kg라면 하루 60~72g의 단백질이 필요하다. 이것을 한 끼에 몰아먹기보다 끼니마다 25~35g씩 분배해야 근육 합성이 잘 일어난다. 특히 단백질은 운동과 결합될 때 비로소 근육으로 바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mTOR 경로다. 단백질 섭취는 세포의 ‘성장 스위치’를 켜지만, 운동이 동반되지 않으면 그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해 염증, 노화, 암세포 성장과 관련될 수 있다. 반대로 저항운동을 병행하면 mTOR이 근육합성과 회복을 돕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즉, ‘단백질만 많이 먹는 것’보다 ‘단백질 + 운동’의 조합이 진짜 건강한 해답이다.


또 한 가지 간과하기 쉬운 부분은 식사시간이다. 해가 지면 멜라토닌 분비가 시작되고, 인슐린 반응과 당대사는 급격히 떨어진다. 이때 늦은 저녁이나 야식을 먹으면, 혈당이 높게 유지되고 수면의 질이 나빠진다. 노년기에 흔한 야간뇨, 속쓰림, 불면이 모두 이런 식습관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아침과 점심은 든든히, 저녁은 일찍, 가볍게, 그리고 야식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젊은 세대에서 유행하는 간헐적 단식이나 자가포식(autophagy)도 노년층에게는 신중해야 한다. 자가포식은 세포 내 노폐물을 제거하는 건강한 반응이지만, 노인에게는 단식 중 근육과 수분 손실이 훨씬 빠르게 일어나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식이요법은 반드시 의료진의 감독 아래, 체성분·영양 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결국 60세 이후의 건강은 “적게 먹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먹고, 꾸준히 움직이며, 충분히 회복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근육은 단순한 힘이 아니라, 노화를 늦추는 최고의 약이자, 마지막 보험이다. 체중계 숫자보다 근육량을 지키는 것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길이다.  문의 (213) 757-2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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