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93% “주거비 비싸”… 주택시장 구조적 위기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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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93% “주거비 비싸”… 주택시장 구조적 위기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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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의 절대다수가 주거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P


43%는 "너무 비싸다" 응답

48%는 "투자자 때문" 의견


미국인 대다수가 현재의 주거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태번 연구소(Tavern Research)가 서치라이트연구소(Searchlight Institute)를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3%는 미국의 주거비가 ‘비싸다’고 답했으며, 이 중 43%는 ‘너무 비싸다’, 36%는 ‘비싸다’, 15%는 ‘약간 비싸다’고 응답했다. 

반면, 주거비가 ‘적절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단 3%에 불과했다.

이는 최근 주택구매 여력이 40년 만에 최저 수준에 근접하고, 전체 임차 가구의 절반이 ‘비용 부담 계층’으로 분류되는 등 미국의 주택시장 전반에 구조적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전문 사이트 리얼터 닷컴(Realtor.com)의 경제연구팀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약 400만 채 이상의 주택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는 응답자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가장 많은 48%가 주택을 사들여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이어 건축 자재 비용 상승(46%), 욕심 많은 랜드로드(43%),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 정치인들(33%) 순으로 지목됐다.

이민자가 주거비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는 응답은 17%에 그쳤다. 이는 2024년 대선 당시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JD 밴스가 주장한 내용과는 다른 여론이다.

주택 인허가와 건축에 걸리는 시간 등 ‘공급 지연’ 요인을 문제로 지적한 응답자는 단 9%에 불과했다. 이는 건설업계가 오랫동안 지적해온 주요 문제로 실무자들의 인식과 일반 시민의 인식 사이에 큰 간극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식이 정확한 경제적 분석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로버트 디츠 미국주택건설업협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를 탓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핵심 원인”이라며 “가구 수에 비해 주택 재고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리얼터 닷컴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전체 주택 거래 중 투자자가 구매한 비율은 13%, 셀러의 10.8%가 투자자였다. 이 중 다수가 10채 이하를 보유한 ‘소규모 투자자’였고, 50채 이상을 보유한 대형 투자자는 약 13만여채만 구매해 전체 470만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일부 지역이나 특정 커뮤니티에서는 투자자의 비중이 높아 가격 상승에 일시적으로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전국 단위로 보면 투자자가 주택 가격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설문에서는 미국인 절반 이상(54%)이 ‘지역 내 주택 공급 확대가 좋다’고 응답한 것도 주목된다. 주택 소유자(51%)와 임차인(56%) 모두 비슷한 비율로 긍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디츠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미국 사회 전반에서 주택 추가 공급이 개인과 지역 사회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양질의 주택 공급은 커뮤니티 전체의 가치를 높이고,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얼터 닷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니엘 헤일 역시 “정치인들이 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한다면, 현재의 주거 위기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설문 결과에 나타난 인식은 완전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주택 부족 문제의 근본 원인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구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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