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는 ‘출산 절벽’, 한국은 ‘12개월 연속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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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는 ‘출산 절벽’, 한국은 ‘12개월 연속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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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가 사상 최저 출생률을 보인 것으로 조사돼 우려를 낳고 있다. 한 임신부가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모습. /AP


가주 출생률 사상 최저

인구 1000명 당 10.2명

미국 전역도 감소세


캘리포니아주가 사상 최저 출생률을 기록하며 '베이비 버스트(baby bust·출생 감소)'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세계 4위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가주의 출생률은 2023년 말 현재 인구 1000명당 10.2명으로,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복구 당시보다 낮은 수치다.

가주공공정책연구소(PPIC)에 따르면 이 수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베이비붐이 정점을 찍은 1940~50년대(24.8명)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으며, 1991년(20명)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PPIC의 수석연구원이자 관련 논문을 준비 중인 에릭 맥기는 “출생률 감소의 원인이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미국 전역에서 출생률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 역시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08년 2.5명이던 출산율은 2023년 1.48명까지 떨어졌다. 출생률이 인구 증가의 전반적인 흐름을 나타낸다면 출산율은 여성의 재생산 및 가족 구성 양상에 더 집중된 지표다.

PPIC에 따르면 미국의 모든 주에서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으며, 2022년 기준으로 사우스다코타가 가장 높고 버몬트가 가장 낮았다. 그러나 현재는 모든 주의 출산율이 인구 유지에 필요한 기준선인 2.1명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출생률 감소의 원인은 경제적·사회적 요인 등 다양하다. 특히 가주에서는 라티노 인구의 출산 감소가 두드러진다. 여성의 역할 변화, 결혼 및 출산 연기의 증가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가주는 1990년대 초반 경기 침체,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출생률이 크게 감소한 바 있다.

가주민 브리아나 로드리게스(27)는 이런 현실을 몸소 겪고 있다. 로드리게스와 남자친구는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경제적 부담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에 거주 중인 이 커플은 현재 모친·남동생과 함께 살며 생활비를 절약하고 있다. 용접공으로 일하는 남자친구 에두아르도 마르티네스와 함께 로드리게스는 머천다이징 관련 아르바이트 2개를 포함해 총 3개의 일을 하고 있으며, 연 수입은 약 4만 달러에 불과하다.

로드리게스는 “대가족을 이루는 게 꿈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원하는 동네, 원하는 집을 마련할 수 조차 없다. 직업이 있어도 안정감을 느낄 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20대의 결혼율이 급감하면서 이 연령층의 출산율 하락도 눈에 띄게 나타난다. 맥기는 “출산 가능한 연령대의 인구는 여전히 많고, 30대 후반~40대 초반 여성의 출산이 증가하고 있지만, 20대 여성들의 출산율 감소를 상쇄하기엔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과거 가주는 이민자 유입에 따른 출생률 증가로 위기를 극복한 바 있지만 최근 이민이 급감함에 따라 그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가주와는 달리 한국은 올 들어 출생아수와 출산률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출생아수는 1만9953명으로 1년 전보다 1709명(9.4%) 증가했다.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6월 기준으로는 최대 증가폭이다. 월간 출생아수는 지난해 7월 이후 12개월 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수는 0.76명으로 전년 동월(0.70명)보다 0.06명 증가했다.

구성훈 기자 la@chosun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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