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특집] '대목' 실종…사라지는 전통 떡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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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특집] '대목' 실종…사라지는 전통 떡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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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플라자(KTP) 내 위치한 맞춤떡 전문점 시루당(Siroodang)에 진열된 떡.(위) 코리아타운플라자(KTP) 내 H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떡.   우미정 기자


“매출 반 토막…그래도 떡 값 못 올려”

수요 감소, 재료비, 인건비 부담 ‘삼중고’ 

"세대 간 전통과 정체성 실종의 아쉬움"


설날엔 떡국, 추석엔 송편을 먹어야 '제격'이다. 그래야 '떡'이 주는 고향의 맛으로 명절 분위기도 살아난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주변에 떡집이 줄면서 명절 전통마저 사라지는 듯 해 아쉬움이 크다.    


민족 최대명절인 추석(6일)을 맞아 본지는 LA와 오렌지카운티의 한인 떡집들을 집중 조명해 봤다. 그래도 명절이라 평소보다 송편 등 떡을 찾는 고객이 다소 늘었지만 과거와 같은 ‘대목’의 활기와 분위기는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한인 커뮤니티 내 떡집은 단순한 식품 제조·판매를 넘어 세대 간 전통을 계승하고 공동체 정체성을 형성하는 생활문화 공간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러나 본지가 확인한 현장의 목소리는 녹록지 않았다. 예년에 비해 한인 떡집의 수는 눈에 띄게 감소했으며 ‘고향의 맛‘을 전해온 오래된 떡집들조차 경영난을 호소하며 문을 닫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LA 한인타운에서 가장 오래된 떡집 중 하나인 낙원떡집(Nak Won Rice Bakery)의 유 대표는 지난 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추석의 명절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유 대표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추석을 앞두고 명절 특유의 활기가 있었다. 떡 주문량도 평소보다 눈에 띄게 늘었었다”며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추석에 대한 인식 자체가 희미해졌고 과거처럼 대목다운 분위기를 체감하긴 어려워 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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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단순한 수요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유 대표는 “재료비와 인건비가 매년 상승하고 있지만 고객 유지를 위해 가격인상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쌀을 비롯해 잡곡, 녹두, 팥, 콩 등 다양한 부재료 비용과 떡 짓는 개스비, 전기료, 임대료, 보험료 등 운영비가 오른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수익 창출이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구조적 경영난은 LA와 OC 전역의 전통 떡집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실이다. 유 대표는 “최근 몇 년 사이 폐업한 곳도 적지 않다”며 “식당은 몰라도 떡집은 타산이 맞지 않아 진입 자체가 힘든 상황인데다가 찾는 고객층도 대부분 기존의 시니어들이라 신규 수요 확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웨스턴 애비뉴에서 30년 넘게 전통 떡집을 운영해 온 LA떡집&방앗간(LA Rice Bakery)의 한지나 대표는 “추석을 맞아 떡 주문량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며 ”그 어느 때보다 버티기 힘든 시기”라고 털어놨다.


이어 “지금처럼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가격을 올린다고 해도 실질적인 수익 증대로 이어지긴 어렵고 자칫 단골손님들마저 잃을 수 있다”며 “결국 지난해와 동일한 가격으로 최대한 버텨보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통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한 대표는 차별화된 제품 개발에 나섰다. 그는 “이제는 기존의 떡 제작방식에서 벗어나 SNS를 통해 홍보할 수 있는 파티용 떡이나 고급 재료와 디자인을 접목한 프리미엄 떡 등 젊은 세대를 겨냥한 신제품을 기획하고 있다”며 “시각적 만족도까지 고려한 마케팅 전략이 필수적인 시대”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자체 방앗간 설비를 활용해 웰빙 제품인 선식도 꾸준히 생산 중이지만, 최근 들어 이마저도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며 “인건비 상승과 불법체류자 단속 강화 등 외부 요인까지 더해져 운영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가든그로브에 위치한 고향떡집(Home Sick Bakery) 대표 역시 “지난해 추석 주문이 100건에 달했지만, 올해는 고작 20건 정도에 머물러 매출이 크게 줄었다”며 “재료비 상승 폭이 예상보다 훨씬 커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2일 코리아타운플라자(KTP) 내 맞춤떡 전문점 시루당(Siroodang)에도 명절 특유의 북적임 대신 소규모 선물이나 가족용 떡 몇 팩을 구입하는 몇 몇 고객들 모습만 보였다. 


한인타운 거주자 김승옥(66) 씨는 “과거에는 친척이나 이웃에게 나눠주기 위해 대량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소가족 중심으로 선호하는 명절음식이 변화하면서 가족끼리 간단히 분위기 낼 만큼만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세리토스에 거주하는 황규리(23) 씨는 “추석이라고 떡을 특별히 사 먹지 않은 지는 오래됐”며 “예전 부모님이 사오신 떡이 남는 경우가 많았고 개인적으로는 케이크나 디저트류를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우미정 기자 la@chosun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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