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감성 사이] 개천절, 하늘이 열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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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감성 사이] 개천절, 하늘이 열린 날

웹마스터


김미향

오클렘그룹 대표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다. 개천절은 하늘이 열리고 새로운 시작이 태어난 날로, 한국에 뿌리를 둔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의미를 던진다. 10월 3일 개천절은 고조선의 건국을 기리는 날로, 한국의 역사와 정신을 상징하는 중요한 국경일이다. ‘하늘이 열렸다’는 말은 단순한 전설 속 한 장면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뜻한다. 단군신화 속에서 곰이 인내 끝에 사람이 되고,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와 백성을 다스렸다는 이야기는 인간의 변화를 향한 염원과 공동체적 이상을 담고 있다. 이 신화는 교과서의 짧은 줄거리를 넘어 예술과 철학으로 확장될 수 있는 풍부한 자산이다.


미국에서 개천절은 공휴일이 아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그 의미가 더욱 소중하다. 문화 관련 기관과 교회, 한글학교와 같은 곳에서 열리는 작은 행사들이야말로 공동체가 뿌리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부모 세대는 조국을 기억하고 젊은 세대는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깨닫는다.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모여 이 날을 기념할 때 개천절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을 넘어 공동체 전체를 잇는 끈이 된다.


개천절은 단순히 연표 속 과거가 아니라 현재 속에서 새롭게 살아나는 문화적 순간이다. 단군신화를 무대 위 연극으로 표현한다면 곰 가면을 쓴 아이가 마늘과 쑥을 씹으며 인간이 되기를 소망하는 장면은 관객에게 강렬한 울림을 줄 것이다. 거리미술로 재해석된 곰과 호랑이의 이미지는 도시 풍경을 바꾸고, 국악과 힙합이 어우러진 공연은 젊은 세대와 타인종 이웃 모두에게 다가간다. 개천절은 이렇게 과거의 전승을 새로운 예술적 언어로 다시 열어 젖히는 창조의 무대가 된다.


하늘이 열린다는 말은 결국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을 뜻한다. 단군신화 속 환웅이 백성을 이롭게 하고자 내려왔다는 이야기는 권력의 서사가 아니라 공동체적 이상주의의 표현이다. 오늘날 미국에 사는 한 사회가 서로 돕고 문화를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은 이 신화적 정신과 닮아 있다. 따라서 개천절은 단지 민족의 출발점을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지금도 유효한 삶의 철학을 되새기는 날이다.


이 날은 특정 세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부모세대에게는 조국의 기억을 되살리는 날이고, 청소년과 청년 세대에게는 뿌리를 확인하는 날이며, 타인종 이웃에게는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다. 개천절을 함께 기념하는 순간 이민사회 속 한인들은 나이나 언어, 세대 차이를 넘어 하나의 공동체로 엮인다. 그 힘은 더 넓은 미국 사회와 세계 속에서 문화적 자산이 된다.


결국 개천절은 한국의 과거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을 여는 날이다. 하늘이 열린 순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예술과 문화, 공동체의 힘을 통해 우리 삶 속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인사회가 이 날을 단순한 역사적 기념일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로 새롭게 살아 숨 쉬게 한다면, 개천절은 국경을 넘어선 세계적 축제로 빛날 것이다. 하늘은 이미 열렸고, 그 빛은 지금도 우리의 삶 속에서 흐르고 있다.

“하늘이 열린 날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을 여는 현재진행형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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