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억울한 옥살이에 2500만달러 배상
성폭행·살인 누명 70대 흑인
잉글우드시 상대 소송 합의
무려 38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뒤 무죄로 풀려난 흑인 남성이 잉글우드 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2500만달러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이는 캘리포니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잘못된 유죄 판결(wrongful conviction)’ 배상금으로 알려졌다.
주인공은 현재 72세인 모리스 헤이스팅스(사진)다. 그는 지난 1988년, 1983년에 발생한 로버타 위더마이어 성폭행 및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러나 사건 당시 피해자의 구강에서 채취된 DNA 증거에 대한 검사 요구는 20년 넘게 거부됐다. 결국 2022년 들어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조지 가스콘 지방검사장이 DNA 재검을 승인했고, 검사 결과 범인은 헤이스팅스가 아니라 당시 이미 납치·성폭행 혐의로 복역 중이던 케네스 패크넷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법원은 2022년 헤이스팅스의 판결을 뒤집었고, 2023년에는 그가 ‘사실상 무죄(factually innocent)’임을 공식 선언했다.
헤이스팅스 측 변호인단은 소송에서 잉글우드 경찰이 사건 당시 특정 형사가 거짓 증언을 강요하고, 알리바이 증거를 은폐하며, 목격자 진술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형사는 실제로 무죄를 입증할 수 있었던 핵심 증거를 묵살했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건 직후 체포됐던 패크넷이 피해자가 소지했던 것으로 확인된 보석과 동전 지갑, 그리고 범행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총을 갖고 있었음에도 경찰은 그를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헤이스팅스 측 변호인 닉 브러스틴은 “이번 합의는 경찰의 중대한 잘못에 대한 경종이며, 미국 전역 수사기관이 깊이 새겨야 할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억울한 옥살이를 끝내고 지난 2022년 교도소 문을 나선 헤이스팅스는 현재 남가주에서 조용히 살며, 교회 활동과 노숙자들을 위한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이번 합의 발표 후 “아무리 많은 돈이라도 내 인생에서 빼앗긴 38년을 돌려주지는 못한다”면서도 “긴 여정의 끝에 드디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고 밝혔다.
전국 무죄판결등록소(National Registry of Exonerations)에 따르면 1989년 이후 지금까지 3,700명이 넘는 수형자들이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이들이 억울하게 수감된 기간은 총 3만4,000년 이상에 달한다. 특히 최근 발표된 2024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무죄 판결의 71%에서 검찰·경찰의 부당 행위가 확인됐으며, 흑인 등 유색인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훈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