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20대 청년 일자리 뺏는다
전자제품 판매업체 '베스트바이' 매장에 나붙은 직원모집 공고. /NBC4 News
향후 5년 내 엔트리 레벨
노동직 '절반 이상' 사라져
장기 실업자 4명 중 1명
"6개월 이상 구직 중"
AI(인공지능)의 빠른 확산이 미국 전역의 청년층 고용 지형을 급속히 변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스탠퍼드 대학교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이후 AI에 노출된 직군에서 22~25세 청년층의 고용이 13%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객 서비스, 회계, 소프트웨어 개발 등 자동화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서 고용 감소가 두드러졌다.
이번 보고서는 글로벌 인사·급여 관리 기업인 ADP(Automatic Data Processing)의 급여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됐으며, AI 기술의 파급력이 초급 지식 노동자(엔트리 레벨) 직군에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5년 내 전체 엔트리 레벨 지식 노동자의 최대 56%가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시됐다.
연방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4.3%로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장기 실업자(27주 이상 실직자) 중 약 25%가 6개월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Loyola Marymount University) 금융경제학과의 손성원 교수는 2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대학 졸업생들로부터 ‘직장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며, “AI가 다수의 초급 직종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젊은층의 취업 기회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특히 “법률 사무소의 리서치 업무나 소프트웨어 코딩 등 초급 수준의 직무들이 AI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며, “AI 기술의 확산과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고용 창출이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그는 “관세 정책,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리 방향 등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채용 자체를 미루고 있다”며, “일부 기업에서는 채용 승인 단계에서 ‘왜 이 일을 AI가 아닌 사람이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손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AI가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AI가 초보자 일자리를 줄이며 부담을 주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더 창의적이고 보람 있으며 만족도가 높은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며 “AI 시대에 걸맞은 ‘더 나은 일자리(higher-than-average, more rewarding jobs)’가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벤처캐피털 기업 시그널파이어(SignalFire)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 졸업 후 경력 1년 미만의 신입 인력이 시작한 신규 직무 수는 2019년부터 2024년 사이 약 5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감소는 마케팅, 엔지니어링, 인사(HR), 디자인, 재무 등 다양한 핵심 분야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우미정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