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시니어] 한국의 밥 딜런? 혹은 새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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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시니어] 한국의 밥 딜런? 혹은 새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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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태원


이태원(77)은 한국 포크음악의 전설인 쉐그린의 멤버였던 포크 가수다.

그는 한국의 밥 딜런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그가 발표한 노래들 때문에 ‘새들의 아버지’ 혹은 ‘새 박사’, ‘조류의 수호자’ 등으로 종종 불린다. 그도 그럴 것이 ‘솔개’, ‘고니’, ‘도요새의 비밀’, ‘타조’, ‘앵무새’ 등 주로 새를 주제로 한 노래들을 많이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가 이러한 새와 관련된 노래들을 부르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 누구보다도 ‘자유’를 갈망하기 때문이고 새는 자유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쉐그린의 추억

1967년 활동을 시작한 쉐그린은 이태원과 그의 파트너인 전언수 듀엣으로 유명했다. 한때 이들의 밴드는 전설의 음유시인 ‘조동진’ 등이  함께 했으며 대표곡 ‘추억’과 ‘동물농장’, ‘웃음꽃 피면’ 등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다는 것은 그만큼 가요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는 뜻인데 저항의 상징으로도 불린 그룹이다. ‘쉐그린(shagreen)’은 ‘청상어’를 뜻하는 말로 미8군 무대 시절 한 미군 중사가 그룹 명을 작명해 주었다고 한다. 쉐그린은 당시만 해도 ‘한국의 사이먼과 가펑클’로 불릴 만큼 인기가 있었고 11개 중·고등학교에 팬클럽이 생기는 등 대단한 팬덤을 갖고 있는 뮤지션이었다. 이들의 노래 중 최고의 히트곡은 바로 ‘동물농장’. 많은 사람들이 ‘서수남·하청일’듀오가 원조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쉐그린이 원조이며 특히 전언서의 동물 성대모사는 일품이었다. 


#. 어떤 말씀

사월과 오월의 리더 백순진이 만든 ‘어떤 말씀’은 쉐그린의 최대 화제곡이기도 하면서 당시의 상황을 꼬집는 풍자곡으로 방송금지까지 당하게 된다. 이태원은 그때의 일을 아주 담담하게 털어 놓았다. “우리 하고 김세환, 서유석, 양희은 등이 명동 거리를 걷고 있는데 장발 단속을 하는 거에요. 그런데 문제는 우리 남자들이 걸린 게 아니고 양희은이 걸린거지…” 당시에는 장발 단속과 미니스커트 단속이 있어 무릎 위 15cm가 넘으면 안되던 시절이었는데 일행 중 여성스런 외모(?)로 보이지 않았던지 양희은을 장발 단속하는 걸 보고 도무지 말도 안되는 사회상이라는 생각에 현실을 풍자한 노래를 부른 데다가 히트곡 ‘추억’이 왜색이 짙다는 이유로 방송금지를 당하면서 잠시 해체기를 갖게 된다. 이후 ‘쉘부르’ 이종환의 권유로 재 결성한 이후에는 ‘얼간이 짝사랑’같은 코믹한 노래들을 불렀지만 또 다시 대마초 파동에 휘말려 한동안 가요계를 떠나게 되고 각자 활동에 들어가게 된다.


 #. 자유를 갈망하다

1981년부터 솔로 가수로서 무대에 서기 시작한 이태원은 대표곡 '솔개'와 ‘서울거리’, '고니', '타조', ‘여인아’ 등 신선하고도 서정적인 음악으로 활동하며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자유’를 향한 갈망이 강했고 1980년대라는 시대상이 그로 하여금 ‘새’와 관련된 노래들을 부르게 했다고. 이에 대해 이태원은 “새는 항상 자신이 날아가고 싶은 곳으로 자유롭게 갈 수 있잖아요. 당시 자유를 갈망하는 사회 분위기를 보면서 새와 자유를 동일시하게 되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태원이 자유를 갈망하면서 또 매료된 것이 있는데 바로 ‘윈드 서핑’이다. 서핑과 요트의 절충형 수상경기로 바람의 힘만으로 순행과 역행의 스피드를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그는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옛날에는 자신의 노래로 다른 이들이 의지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다 보니 자신도 남에게 의지하고 싶어 지는 마음이 생긴다는 가사의 노래들을 발표하는 등 중후함과 통기타의 원숙함으로 어필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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