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혜택·가격 협상, 두마리 토끼 잡는다

가을 시즌은 원하는 집을 좋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AP
바이어에게 유리한 가을 주택시장
현재 주택재고, 팬데믹 전보다 ↑
연말 전 집 팔기 원하는 셀러 많아
주택시장에서 오랜 기간 여름은 전통적인 매매 성수기로 여겨져 왔다. 학생들의 여름 방학, 맑은 날씨, 많은 매물 덕분에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몰리는 계절이다. 그러나 여름의 ‘활황’은 때때로 많은 이들에게 기회의 문을 닫게 만든다. 특히 전액 현금 구매자나 경쟁 입찰에서 밀리는 중산층, 첫 주택 구매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에 따라 가을은 ‘조용한 전략의 계절’로 주목받고 있다. 경쟁은 줄고, 협상의 여지는 커지며, 세금 혜택과 금융 인센티브까지 더해져 실속 있는 거래가 가능해지는 시기다.
◇덜 혼잡하고, 더 유리한 협상… ‘가을 매수’의 진짜 매력
뉴햄프셔주 소재 포시즌 서더비 인터내셔널 리얼티의 리얼터 리오 폰드 에이전트는 “연말은 주택 구매자에게 매우 유리한 시기”라고 평가한다. 봄이나 여름에 집을 내놓고 아직 팔리지 않은 매물은 주로 ‘급매물’인 경우가 많아 가격 협상력이 높아진다. 반면 올해 안에 팔 필요가 없는 셀러들은 이 시점에 시장에서 철수하기 때문에 남아 있는 매물은 대부분 실질적인 거래를 원하는 셀러들이다. 브로드 파이낸셜의 최고운영책임자 지나 스토다드는 “셀러가 연말 전 매매를 마치고자 하는 경우 클로징 비용을 비롯한 각종 협상에서 바이어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전했다.
리얼터 닷컴의 2025년 7월 주택 시장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주택 재고는 팬데믹 이전보다 증가했다. 남부 지역은 4.3%, 서부 지역은 9.3% 재고가 늘어나면서 매수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경쟁이 줄고 매물이 많아지면서 바이어는 클로징 비용 지원, 수리 비용 감면, 홈워런티 제공 등 다양한 혜택을 협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예를 들어 한 주택이 여름 내내 시장에 있었지만 지붕 문제로 팔리지 않았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셀러는 가격을 낮추는 대신, 바이어에게 3만달러의 리베이트를 제공해 지붕 수리를 유도할 수 있다. 이는 실질적으로 집값을 낮추는 효과를 준다.
◇연말 전 클로징하면 절세 효과도 ‘쏠쏠’
가을과 겨울 시즌이 구매자에게 유리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세금 혜택’이다.
12월 31일 이전에 거래를 마친 구매자는 그 해의 모기지 이자 및 재산세를 공제받을 수 있다. 리얼티 원 그룹의 에이전트 다니엘 앤드류스는 “비록 몇 주밖에 주택을 보유하지 않았더라도 연내 클로징만 완료되면 모기지 이자와 재산세 공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부터 연방정부의 SALT(주·지방세 공제) 상한선이 상향 조정되면서 그 효과는 더욱 커졌다. 세금 전문 스타트업 ‘Ownwell’의 CEO 콜튼 페이스는 “SALT 공제 한도가 개인 기준 최대 3만달러까지 늘어났기 때문에 12월 클로징은 실질적인 절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어는 또한 클로징 직후부터 12월 31일까지의 모기지 이자 납부분을 공제할 수 있는데 이는 특히 모기지 초기에는 이자 비중이 높아 큰 금액이 될 수 있다.
◇은퇴자금 활용도 가능… 단 ‘신중하게’
첫 홈바이어에게 가을은 절호의 기회이지만 자금 마련은 여전히 가장 큰 장벽이다. 이때 일부는 은퇴자금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국세청(IRS)은 첫 주택 구매자에 한해 최대 1만달러까지 로스IRA에서 10% 페널티 없이 인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방법에 신중을 기할 것을 조언한다. 부동산 투자 컨설턴트 프레드 로귀디스는 “복리로 증식할 은퇴자금을 미리 꺼내는 것은 장기적으로 손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고금리 대출을 피하거나 시기상 중요한 거래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모기지 렌더, 건설사도 ‘연말 특가’ 제공
렌더 역시 연말까지 거래를 마치고자 하는 인센티브가 있어 바이어에게 클로징 비용 지원이나 금리 우대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 인센티브는 대부분 광고되지 않기 때문에 바이어가 직접 요청하고 비교 견적을 받아야 한다.
신축 주택을 고려하는 바이어에게도 지금은 유리한 시기다. 내셔널 홈빌더 협회에 따르면 2025년 8월 기준 전체 빌더의 66%가 구매자 유인을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최근 5년 내 최고 수준이다. 또한 리얼터 닷컴의 ‘신축 주택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신축 주택과 기존 주택의 가격 차이는 역대 최저 수준인 7.8%까지 좁혀졌다. 이는 바이어가 과거처럼 높은 프리미엄 없이도 새 집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한다.
◇"경쟁보다 전략이 중요한 계절"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가을은 감정이 아닌 전략으로 승부하는 계절이다. 여름의 소란이 가시고, 셀러와 렌더의 유연성이 높아지는 이 시기에 실속 있는 거래를 원하는 바이어들은 더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와 ‘타이밍’이다. 현명한 바이어라면 가을의 조용한 기회를 기꺼이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구성훈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