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시험 상위 1% 청년이 '끔찍한 암살범" 됐다
보수 청년 운동가 찰리 커크 암살 혐의로 체포된 타일러 로빈슨. /AP
커크 암살사건 파장 '일파만파'
용의자 로빈슨, 가족 설득에 자수
트럼프 진영 '좌파척결' 다짐
'트럼프의 아들'로 불리던 미국의 우익 정치활동가 찰리 커크의 암살 사건이 미국에 거대한 정치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유타 주지사 스펜서 콕스는 지난 12일 커크 암살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22)이 체포됐다고 밝히면서 그의 가족이 로빈슨의 근래 동향에 대해 "최근 몇 년간 정치적 성향이 강해졌다. 특히 커크를 향해 맹비난을 퍼부었다"고 진술한 내용을 전했다.
로빈슨이 체포된 것은 지난 11일 밤 10시께(현지시간)로 유타주 남서부 세인트조지에 있는 자택에서 붙잡혔다. 수사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AP통신에 따르면 로빈슨의 아버지는 당국이 공개한 용의자 수배 사진에서 아들을 알아보고 자수를 권유했으며, 로빈슨은 처음에는 거부했다가 그의 아버지가 도움을 요청한 목사의 설득 등에 마음을 바꿨다. 로빈슨은 가중 살인, 중대한 신체 상해를 초래한 총기 사용, 사법 방해 혐의로 체포돼 보석금 없이 유타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CNN은 공개 기록과 소셜미디어 게시물 등을 토대로 로빈슨이 우수한 고등학교 학업 성적으로 유타 주립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가 한 학기 만에 중퇴했다고 전했다. 또 2020년 8월 그의 어머니가 올린 게시물에는 대학 입학시 제출한 그의 ACT(대학입학시험) 점수가 36점 만점에 34점으로 돼 있는데, 이는 전체 응시자의 상위 1%에 해당하는 점수라고 USA 투데이는 전했다.
미 정가를 발칵 뒤집은 커크 암살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껏 해온 '좌파 척결'에 더욱 전력투구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의 죽음과 용의자 체포 사실을 자신의SNS를 통해 가장 먼저 알렸으며, 커크의 장례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커크 암살이 "급진 좌파"의 짓이라면서 "이 만행과 다른 정치적 폭력에 기여한 모든 자들을, 그것을 자금 지원하고 지지하는 조직들을 포함해" 모두 색출하겠다고 다짐했다.
로빈슨은 사용하지 않은 탄피들에 '파시스트'를 증오하는 문구를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핵심 지지층을 파시스트 세력으로 간주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민주주의가 아닌 전체주의를 추구한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무자비한 이민자 단속과 공권력 동원, 반대파 숙청 등이 이런 조짐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커크 암살에 대해 '정치 테러'로 규정·비판하면서도, 극단적 형태의 폭력이 저질러진 배경에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행보가 있었다는 지적이 미국 진보 진영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편 커크의 암살 이후 미국에서 그의 죽음에 대한 비하성 발언을 이유로 해고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AP통신은 14일 "보수 성향 공직자와 기타 인사가 주도하는 캠페인으로 커크의 사망 이후 며칠 만에 교사, 공무원, 오피스디포 직원, TV 전문가 등이 해고되거나 징계받았으며, 앞으로 추가 해고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