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LG공장서 이민 단속… '비자 공포' 확산
지난 4일 조지아주 현대차-LG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이 붙잡힌 한국인의 허리춤에 쇠사슬을 채우고 있다. /ICE 홈페이지
한국인 300명 포함 475명 체포
손, 발, 허리 등 쇠사슬로 묶어
한국정부, 전세기 귀국 추진
비자소지 한국인들 '발 동동'
연방 이민당국이 지난 4일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현장에 대한 이민 단속작전을 벌여 한국인 300여명을 포함해 475명을 체포·구금한 것과 관련, 시민권 없이 미국에 체류중인 한국인들에게 ‘비자 공포’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에 장기체류중인 한인들 중엔 다시 못들어올 것을 염려해 출국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팍스 아메리카나’가 미국의 국경 쇄국정책으로 종언을 맞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첫해에 불체자 100만명을 추방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연방국토안보부(DHS)와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은 단속·체포조를 꾸려 전국에서 불법이민자를 단속하고 있다. 영주권을 갖고 수십년 간 미국에 거주중이거나 각종 비자를 합법적으로 소지한 경우도 단속대상이 된다. 미국 비자를 발급받고 거주중인 한인들도 잔뜩 위축돼 있다.
주재원 비자인 L-1이나 E-2비자부터 F-1, J-1등 교육관련 비자를 받은 한국인들까지 불안한 상황이다. 한 한국인 비자 소지자는 “여름휴가 때 가족들과 캐나다 여행을 계획했지만 불안해서 취소했다”고 말했다.
미국 여행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쿠바를 여행한 적이 있는 한 유튜버는 미국 관광비자(B-1*B-2)를 신청한 뒤 거부당한 사실을 공개했다. 미국 유학생 학부모들도 마음을 졸인다.
이를 이용해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화로 유학생들은 졸업 후 추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영주권 취득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업체들도 생겨났다.
한편 한국정부는 조지아주 한국인 체포사태와 관련, “미국과 구금자 석방 교섭을 마무리했다”며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를 띄워 한국 국민들을 모시러 갈 것”이라고 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10일(미 동부시간) 구금된 한국인들은 한국행 전세기를 타고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구금된 한국인들은 강제 추방이 아니라 자진출국 형식으로 미국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는 “영사 면담은 일차적으로 다 마쳤다”며 “모두 모여 있는 식당에서 봤는데 다들 잘 계시지만 집에 있는 것만큼 편안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이번 이민 단속은 군사작전처럼 진행됐다. 건설현장 부지 위로 헬리콥터가 떴고, 장갑차와 무장 군용차량이 곳곳에 배치됐다. 체포자 수송을 위한 버스들도 쉴 새 없이 오갔다. 연행된 한국인 중 상당수는 버스 앞에 일렬로 서서 몸수색을 당하고 손, 발 , 허리에 쇠사슬이 묶였다.
체포된 한국인들은 미국에 불법적으로 입국했거나 체류자격을 위반한 상태에서 불법적으로 일하고 있었다는 것이 이민당국의 설명이다. 트럼프 정부의 국경 총책임자 톰 호먼은 7일 “조지아주 한국기업 건설 현장에서 이루어진 체포와 같은 강력단속을 앞으로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락 경고했다.
서보범·정한국·박상기 기자, 워싱턴=박국희 특파원·기사 A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