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근 목사(새누리 침례교회 담임)

   아직 읽진 못했지만 서평을 보고 흥미를 느꼈던 책이 한 권 있다. “명장”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춘추시대로부터 당나라에 이르기까지 난세에 승리를 이끌었던 중국의 명장 15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위기를 극복해 내는 4가지 리더십의 원칙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난세에는 메뉴얼이 없다”는 원칙이다.

   시대가 정상적이고 순적할 때는 체계화된 법칙도 필요하고, 경우에 맞는 원리도 적용해야 하지만, 예측 불허의 위기 상황 앞에서는 그런 원론적인 이론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상식을 넘어선 발상이나 직관에 의존한 감각적 판단이 막힌 길을 열어 줄 때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과연 원칙의 메뉴얼 없이 감각만으로 인생의 모든 위기를 풀어낼 수 있을까? 그렇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예컨데, 축구 선수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공을 향해 몸을 날리는 것이나, 초읽기에 몰린 바둑의 고수가 기사회생의 묘수를 두어가는 것은 감각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견, 감각처럼 보여지는 이런 행동들 뒤에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된 실력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축구선수의 감각적 몸놀림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수 많은 훈련과 실전을 통해 몸에 축적되었던 것이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온 것이다.

   우리의 영성도 마찬가지이다. 하루 아침에 영적 분별력이 생기고 하나님의 뜻이 감지되는 것이 아니다. 말씀을 통한 훈련이 필요하다. 기도를 통한 깊은 영적 세계의 체험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매일의 삶 속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피부로 느껴야 한다.

   이것을 반복하는 중에 영적 분별력이 축적되어 가는 것이다. 해서, 사도바울은 “경건에 이르기를 연습하라”(딤전 4:7)고 했다. 여기서 “연습한다(헬라어 gymnazo)”는 말은 운동 선수가 매일 아침 체육관(Gymnasium)에 나가 자신의 근육을 증진시키듯이, 우리의 영성을 날마다 갈고 닦으라는 뜻이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깊은 영성의 소유자가 되는 것이다.

   유진 피터슨(Eugene Peterson)이 지적한 것처럼 우리는 피상성(superficiality)의 시대를 살고 있다. 모든 것이 가볍고 깊이가 없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영성도 감성적 차원에서 머물 때가 많다. 난세에는 메뉴얼이 없다고 하지만, 어려울 때 일수록 영적 분별력을 가지고 말씀의 정도를 걸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