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줄게, 불법 이민자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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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줄게, 불법 이민자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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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빈국에 떠넘기기

 

 

 “우리는 ‘가장 혐오스러운(despicable) 인간들’을 받아줄 국가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지난 5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백악관 국무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가장 혐오스러운 인간’은 불법 이민자들을 가리킨다. 미국이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저개발 국가들에 재정 지원과 관세 우대 등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미국에서 추방된 이민자를 수용해달라는 거래를 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공약인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의 일환이다. 선진국이 저개발 국가에 이민자를 떠넘기는, 이른바 ‘난민의 외주화(externalization)’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무역 협상 과정에서 관세 우대를 내걸고 여러 아프리카 국가들에 ‘이민자 수용’을 압박했다. 유수프 투가르 나이지리아 외무장관은 한 TV 인터뷰에서 “미국이 교도소에서 꺼낸 베네수엘라인 추방자들을 받아들이도록 아프리카 국가에 상당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 관리 역시 “미국이 (이민자 수용을) 남아공에 요청했지만 거부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일부 국가들은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프리카 국가 르완다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 협정을 맺고 미국에서 추방된 250명을 자국에 수용하기로 했다. 추방자들은 르완다와 연고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욜란데 마콜로 르완다 정부 대변인은 “추방된 이민자들은 르완다에서 직업 훈련과 의료 서비스, 숙소를 제공받아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르완다 정부가 추방자를 수용하는 대가로 어떤 보상을받기로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정부는 지난 4월 이라크인 남성 1명을 수용하는 대가로 르완다에 10만달러를 지급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출범 이후부터 본국 송환이 거부된 추방자들을 수용할 제3국으로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를 접촉해왔다. 지난 2월 파나마와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가 미국발 추방 이민자들을 수용했고, 7월에는 형을 마친 범죄자를 포함한 이민자 8명이 남수단으로, 5명이 아프리카 소국 에스와티니로 이송됐다.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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