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메릴랜드주 학부모 ‘동성애 수업 거부권’ 인정
학부모 종교적·윤리적 경계 새롭게 정의한 판례 전망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28일 6대 3의 판결로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 교육청의 정책을 뒤집고, 학부모가 자녀를 성소수자 관련 수업에서 제외시킬 권리가 있다고 인정했다. 대법원은 “학부모는 자녀의 종교적 양육 방향을 결정할 권리가 있으며, 공립학교 정책이 이를 심각하게 침해하면 위헌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학부모가 성소수자 관련 동화책을 읽는 수업에서 자녀를 제외시킬 수 있는 권리(Opt-out)를 인정한 것이다. 아직 최종 판결은 아니지만, 대법원은 해당 학부모들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은 학부모 측에 ‘예비적 금지 명령’(preliminary injunction)을 인정해, 학부모가 해당 수업에서 자녀를 일시적으로 배제시킬 수 있도록 했다.
앞서 메릴랜드 몽고메리 카운티는 지난 2022년부터 유치원 및 초등학교 저학년 수업에 흑인 트랜스젠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나의 무지개(My Rainbow)’, 삼촌의 동성결혼을 다룬 동화 ‘바비 삼촌의 결혼식(Uncle Bobby's Wedding)’, 가족과 반려견이 퀴어 행사에 참여하는 내용인 ‘프라이드 퍼피(Pride Puppy)’ 등을 도입했다. 일부 책에서는 3~4세 유아에게 ‘인터섹스 깃발’, ‘드래그퀸’, ‘가죽’, ’속옷’ 등의 단어를 찾게 하거나, 유명 성소수자 운동가이자 매춘부의 이름이 포함된 단어 목록에서 이미지를 찾는 과제를 내주기도 한다. 또 다른 책은 아이가 성별 불쾌감에 대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접근법을 옹호하며 “학생들에게 있어서 성전환 결정이 ‘이치에 맞을’ 필요는 없다”고 주장해 학부모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 왔다.
미국 CBN뉴스는 “이는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학부모의 종교적·윤리적 권리의 경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중대한 판례가 될 전망”이라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보수 진영 및 종교단체들은 “종교의 자유와 학부모의 권리를 지킨 역사적 승리다. 아이들에게 동성애, 트랜스젠더, 드래그퀸 이야기를 부모 동의 없이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반면 진보 진영 및 교육단체들은 “공립학교에서 특정 종교 기준을 강요하게 되는 위험한 전례가 될 수 있다. 모든 아이들이 포괄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CBN뉴스는 이번 판결이 예비적 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이므로 하급심에서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법적 공방은 계속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의 이번 입장은 전국의 다른 학군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며, 각 주의 교육청은 성소수자 관련 수업 자료와 학부모 통보·동의 절차를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훈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