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칼럼] 바닷바람 따라 웃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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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칼럼] 바닷바람 따라 웃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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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옥 (시인, 수필가, 나성영락교회 은퇴 권사)

                 

“바람 좀 쐬고 오면 좋겠다.” 언제부턴가 그 말은 마음속에만 맴돌 뿐,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워졌다. 산이든 바다든, 자연이 늘 그리운데 남편의 다리가 많이 불편해졌다. 여행 좋아하는 남편에게, 이런 마음이 부담을 주어, 괜히 마음을 쓰게 하지는 않을까 망설이며 자연스레 포기하곤 했다.

그런 우리 부부에게 친구 집사님은 깜짝 선물을 준비해 주셨다. 많이 걷지 않고도 바람 쐬기만 해도 좋은 곳들을 알아보고 계획하여, 가끔 만나 식사하며 교제하는 분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주셨다.

먼저 작은 아들이 친구와 함께 시작한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했다. 경험 없이 시작한 부족한 식당인 줄 아시지만, 교회 친구분들은 따뜻한 격려와 웃음으로 아들의 마음에 힘을 보태주었다. 식사가 끝날 무렵에는 닭 강정 몇 접시를 서비스로 챙겨주었다. 우리는 속으로 작은 것이지만 챙겨주는 아들의 센스에 마음이 뿌듯하고 고마웠다. “잘될 거야!” 장로님의 기도와 함께한 그 자리는 축복 그 자체였다. 부모인 우리에겐 그저 감사할 뿐. 자녀의 삶에 신앙의 공동체가 함께해 주는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복이다. 하나님께서 아들의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복 주시고,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멋진 식당이 되기를 날마다 기도하고 있다.

식사 후 들른 커피 샵은 바다를 품고 있었다. 가게 밖으로 바다 풍경을 즐기라고 테이블이 여러 군데 놓여 있었고, 햇살 부서진 바다를 바라보며 마신 커피 한 잔, 차 한 잔은 그 어떤 말보다 깊은 위로였다. 이달에는 내가 하는 세탁소 일도 유난히 바빠, 일에 지쳤던 몸과 마음을 다 회복시키는 시간이었다. 우리끼리 사진을 찍으니까 옆 테이블에 있는 남자 분이 정겨운 시선으로 다가온다.  단체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부탁도 안 했는데 사진을 몇 장 찍어주었다.

집사님은 또 차를 타고 따라오라며 다른 해변가로 우리를 인도했다. 전에 함께 왔던 레돈도 비치였는데 몇 년 전까지 가끔 와서 랩스터 등 해산물을 먹으며 즐기던 곳이다.  우와~! 바다 냄새~! 우리는 탄성을 지르며 흥분했다. 남편은 그늘 있는 벤치에 앉아 쉬고 우리는 한 바퀴 돌며, 수다하며, 웃고, 비릿하지만 신선한 바닷바람을 마시고, 햇살을 만지는 시간 등을 보내면서 온몸의 감각이 오랜만에 호사를 누렸다.

돌아오는 길, 햄버거로 마무리한 하루.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참으로 오랜만에, 바다처럼 큰 행복이 밀려온 날이었다. 오늘에서야 깨닫는다. 성도의 교제란, 단순한 만남이 아니다. 서로를 향한 배려와 격려, 한 걸음씩 맞춰주는 사랑, 그 안에 하나님이 함께 하셨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노년의 나이가 되어간다. 그러나 결코 외롭지 않은 이유, 그것은 바로 이런 믿음의 벗들이 곁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산이든, 바다든, 어디든 함께 걸어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것이 나이 들수록 소중한 자산이요,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의 선물임을 다시금 마음 깊이 새기게 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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