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칼럼] 나눔의 행복
1994년 1월 17일 새벽 4시30분에 규모 6.7의 강진이 LA 북서쪽 20 마일 Northridge에서 발생했다. 사망자 57명, 부상자 5000명, 건물 4만여 채가 무너지거나 파손됐다. 근처에 살았기 때문에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어린 딸이 화장실 가겠다고 들어왔는데 조금 후에 방바닥에 파도가 치기 시작했다. 정말 무서웠다.
생전 처음 겪는 일이지만 순간적으로 아이들을 이불로 덮어씌운 뒤 식탁 밑으로 들어갔다. 모든 것이 아수라장이었다. 집은 계속 흔들렸고 샹들리에와 결혼 때 가져온 크리스털 그릇들은 바닥에 다 깨져 있었다. TV와 가구들도 바닥에 뒹굴었다.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을 생각해서 어린 애들에게 구원의 확신과 천국의 소망을 설명했다. 우리의 영혼을 의탁 드린다는 마지막 기도도 드렸다.
이튿날 TV뉴스에서 전해지는 피해 상황은 참혹했다. 프리웨이가 끊어지고 붕괴되었다. 건물과 집들이 무너지고 주 방위군이 출동했다. TV 뉴스에 아는 집사님도 나왔는데, 그 집사님 집 한가운데 구멍이 뻥 뚫려 하늘이 보였다. 나와 한 미국교회 성경반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아 공부하는 집사님이셨다. 유난히 마음이 넓고 온유하여서 큰 언니 같은 분이고 서로 집으로 초청해서 식사도 하는 사이였다. 가슴이 철렁했다. 얼마나 놀랐을까 걱정이 됐다. 무엇이든 도움이 되고 싶었다. 남편의 도움을 청했다. 우리 부부는 급한대로 물과 라면, 한국 과자 등을 사고, 성경 말씀과 간단한 편지 그리고 마음을 담은 작은 봉투를 준비해서 길을 나섰다.
가면서 보니 온통 전기가 나가서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았다. 운전하기가 아주 힘들었다. 많은 건물이 무너져 내려 있었다. 지나면서 보니 CSUN(노스리지대학) 주차장 건물은 엿가락이 휜 것처럼 늘어져 있었다. 주택가로 들어갈수록 한 치 앞을 볼 수 없었다. 암흑 그 자체였다. 이러다가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갇혀 버리는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되었다. 이 상황에 운전대를 잡고 운전해 주는 남편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하니 집사님은 놀라며 반가워했다. 똑같이 힘든데 어떻게 찾아왔느냐며 내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이셨다. 나도 눈물이 났다. 기가 막히는 상황 앞에서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 같이 기도하고 격려했다. 둘러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역시 주정부 차원의 도움이 필요한 시점 이었다. 그래도 달려가 얼굴보고 위로하고 돌아오는 길은 할 일을 한 것 같은 심정이었고 남편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다녀온 후에도 더 가까운 마음으로 안부를 물으며 위로를 나누었다. 내가 가져간 한국 과자를 아이들이 제일 좋아했다고 전해 주시기도 했다. 성경공부는 다시 시작되었고 우리는 그 사고의 현장에서 가졌던 공포, 두려움, 아이들이 겪을 트라우마에 대해 나누었다. 모두 피해자이지만 그 어려운 시간 속에 서로 보듬으며 주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고, 사랑을 나누는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얼마 후, 누가 어느 신문에서 그 집사님의 추수 감사에 대한 글이 실렸는데 내 이름도 있더라고 말해 주었다. 아마도 그 위기에서 나눈 마음들을 기억하고 감사를 표현하신 것 같다. 작은 마음을 받아주신 것 같아 감사하기도 했고 부끄럽기도 했다. 그 후 이런 저런 모습으로 감사와 사랑을 나누시는 집사님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듣기도 한다. 돌아보면 그 어려운 시간에 작은 나눔을 실천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집사님을 찾아간 것은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되고 다시 그런 일을 만나도 그렇게 할 거 같다. 나눔이 행복이라는 진리를 다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