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기념식인가”… 6·25 행사에 등 돌린 유공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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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기념식인가”… 6·25 행사에 등 돌린 유공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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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열린 6·25 기념식 행사장의 의자들. 일반인 및 미군 참전유공자들은 가족들까지 일일이 이름표가 붙어 있는 반면 한국군 참전유공자들은 'KOREAN WAR VETERAN'으로만 표기된 채 일반인들보다 뒤쪽에 배치되어 있다. /육군협회 제공


LA총영사관, 준비 미흡·어설픈 행정 도마

북한군·중공군 직제 ‘총참모장’ 호칭 물의



한국전쟁 발발 75주년을 맞은 지난 25일. 

올해도 어김없이 풀러튼 힐크레스트 공원에서 ‘제75주년 6·25 한국전쟁  기념식’이 열렸다. 

한미 양국의 참전용사를 기리고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였지만 행사 전반에 걸친 LA총영사관(총영사 김영완)의 미흡한 준비와 행정이 참석자들의 공분을 샀다.

특히 한국전 참전국인 튀르키예의 총영사까지 참석한 자리였던 만큼 대한민국의 외교적 품격을 보여주고 참전국들에 대한 진정한 감사를 전할 소중한 기회였지만 행사에 참석한 참전유공자들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행사에서는 미군 참전유공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별도의 좌석 배정과 기념품 제공이 이뤄졌으나 대부분 90세가 넘은 한국군 참전유공자들에 대한 배려는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참전유공자회 측은 고령 유공자들의 이동을 위한 버스 대절을 요청했지만 영사관 측은 이를 거절했고, 이재학 참전유공자회 회장을 제외한 유공자들은 일반 참석자보다 후면 객석에서 행사를 지켜봐야 했다. 

뿐만 아니라 영사관이 준비한 기념품도 미군 유공자들에게만 전달됐으며, 한국군 유공자들에 대한 언급은 행사 전체에서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유공자들은 음향장비 미비로 주요발언과 공연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행사의 전반적인 준비 부족은 식순과 진행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참석자들에게는 누런 재생용지에 인쇄된 순서지가 제공됐으며, 개회 및 폐회 기도를 맡기로 했던 미군 군종목사의 참석여부 조차 사전에 확인되지 않아 현장에서 급히 교체하는 일이 벌어졌다.

특히 가주방위군 40사단의 후안 모라 대령을 ‘총참모장’으로 소개한 점은 커다란 논란을 낳았다. 

‘총참모장’이라는 표현은 북한군과 중국인민해방군에서 사용하는 직제로 한미연합군 체계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용어다. 이에 대해 참전유공자회와 육군협회(회장 최만규)는 총영사관 측에 공식 항의와 공개 질의를 했으나 보도자료 수정을 비롯한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참석자들과 한인사회 일각에서는 “해외 주재 외교관이라면 자신의 말과 행동이 곧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며 “매년 반복되는 현장성 부족과 민원에 무감한 행정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6·25참전 유공자들과 한인사회는 이번 행사에서 드러난 행정 미비와 배려 부족을 계기로 재외공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철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훈구 기자 la@chosun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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