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 안밝히는 복면 요원… 주민들 공포 확산

마스크를 착용한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불체자를 체포하고 있다. /AP
불체자 단속시 표시 없는 차량 이용
LA시장도 비판, 로컬 경찰 '속수무책'
"그대로 방치하면 더 큰 비극' 경고
최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연방 불체자 단속 요원들이 표시 없는 차량을 이용해 체포작전을 벌이면서 남가주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24일 LA타임스(LAT)에 따르면 연방요원들의 활동이 비공식적이고 불투명하게 이루어지면서 로컬 경찰은 단속 여파로 발생하는 항의 시위와 주민들의 문의에 시달리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과의 신뢰 관계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주 패서디나에서는 한 남성이 교차로에 정차된 표시 없는 차량에서 내려 권총을 꺼내 보행자들을 향해 겨눈 뒤 다시 차량에 탄 후 경광등을 켜고 급히 떠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동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되자 패서디나 경찰국은 해당 남성이 실제 연방요원이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채 조사를 진행중이다. 진 해리스 패서디나 경찰국장은 “우리는 이게 범죄인지, 연방정부 작전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해당 남성의 제복에서 신분증 표시를 비디오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지난주 다저 스타디움 주차장에서도 마스크를 한 연방요원들이 등장해 주민들의 항의와 의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캐런 배스 LA시장은 “그들은 제복도 입지 않고, 마스크를 한 채 신분증 제시도 거부한다”며 “도대체 이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연방요원이 맞다면 왜 신분을 밝히지 않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연방요원들의 권한에 대해 공권력 사용 전문가인 에드 오바야시는 “연방요원은 공식적인 임무 수행 중인 경우 광범위한 자율권을 가진다”며 “총을 겨누거나 사람을 체포하더라도 로컬 경찰은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무기를 꺼내는데 있어 연방기관마다 엄격한 규정이 있지만 상부 지시에 따른 행동이라면 그런 지침도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사건은 연방요원들이 주로 라티노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불체자 단속 작전을 벌인지 2주가 지난 시점에서 발생했다. 신분을 밝히지 않는 무장 요원들이 친구와 이웃을 체포하는 모습을 목격한 주민들은 공포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벨에서는 위장복을 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남성들이 카워시에서 최소 3명을 체포했으며, 이에 수십명의 시민이 몰려들어 항의 시위를 벌였다. 한 시위 참가자는 요원들에게 “당신들 현상금 사냥꾼이냐, 불체자 한명에 얼마를 받느냐”며 정체를 따져묻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서 촬영된 동영상에는 요원들이 라이플을 소지한 채 최루탄을 사용해 시위자들을 해산하고 현장을 떠나는 장면이 담겼으며, 국토안보부는 이 과정에서 국경수비대 차량이 파손됐다고 발표했다.
아투로 플로레스 헌팅턴파크 시장은 연방요원들의 이같은 행동을 '라티노 커뮤니티를 자극하려는 정치적 연극'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올리브색 군복만 입으면 누구든 사람을 납치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플로레스 시장은 시의회가 연방요원들이 시내에서 단속을 시도할 경우 로컬 경찰이 반드시 신원 확인을 요구하도록 하는 조례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찰에게 연방사안에 개입하라고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연방기관이 책임을 지도록 만들 준비는 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더 큰 비극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성훈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