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세계 첫 로봇격투대회

지난 2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세계 첫 휴머노이드 로봇 격투대회. /CCTV 캡처
"자세잡고 사람처럼 주먹질·발길질"
인플루언서들이 조종기로 로봇 작동
중국에서 휴머노이드 로봇들끼리 맞붙는 세계 첫 격투대회가 열렸다. 26일 중국중앙TV(CCTV) 등에 따르면 전날(25일) 동부 저장성 항저우에서 CCTV 등이 소속된 국영 미디어회사 중국중앙방송총국(CMG·차이나미디어그룹)이 주최한 'CMG 세계 로봇대회'가 열렸다. 중국 로봇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유니트리(宇樹科技·위수커지)는 대회 파트너로 참여했다.
이번 대회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단독·단체 시범을 펼치는 공연부문과 4개 팀이 실시간 제어격투를 벌여 승자를 가리는 경기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격투부문은 각기 다른 분야의 비전문가 인플루언서 4명이 조종한 유니트리 G1 로봇들이 3라운드(1라운드는 2분)씩 경기를 치렀다. G1은 유니트리가 작년 출시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신장 1.3m 안팎에 체중은 35㎏이다.
링 안에선 헤드기어와 글러브를 착용한 휴머노이드들이 인간의 이종격투기 시합처럼 맞붙었고, 링 바깥의 인플루언서들이 조종기로 로봇을 움직였다.
머리와 몸통에 타격이 들어가면 득점이 인정되는데 손을 활용한 유효타는 1점, 다리를 이용한 유효타는 3점으로 계산됐다.
인간 심판의 경기 개시 선언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휴머노이드들은 서로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거나 무릎 공격, 옆차기, 앞차기 등으로 공격을 주고받았다. 사람의 동작을 모방한 싸움이 이어지면서 둔탁한 타격음이 순식간에 장내를 채웠다.
주먹으로 얼굴과 몸통을 보호한 채 걸음을 앞뒤로 반복하며 공격 기회를 노렸고, 쓰러진 뒤에는 심판이 10초를 다 세기 전에 스스로 일어나 격투 자세를 다시 잡았다.
경기에 나선 로봇 상당수가 금속 외피 파손 등 '부상'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경기에선 공격하던 로봇이 중심을 잃고 쓰러진 뒤 KO패 당하거나 물러나던 중 방향을 찾던 로봇이 로프에 가로막혀 움직이지 못하는 '의외의 상황'도 벌어졌다.
중국 과학기술부 국가과학기술전문가이자 중국컴퓨터학회 스마트로봇위원인 저우 교수는 "로봇의 동작 제어와 실시간 인식 간의 부족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단체무용이나 달리기, 공중제비 등 G1이 선보인 동작들과 달리 격투는 언제든 간섭·방해가 있는 상호작용 환경에 놓인다는 점에서 난도가 높아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