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대학생이 될 제자들에게

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졸업시즌이 되었다. 졸업이란 단어는 영어로 'graduation'인데, 원어는 라틴어로 'gradus'이며, 이는 '걸음'을 의미한다. 과거엔 학사학위를 마친 사람을 지칭하는 데 이 단어를 사용했으며, '목표까지 제대로 걸어갔다, 완주했다'란 뜻이었다. 그러다 '졸업생'의 의미는 석사, 박사 학위 등 높은 수준의 학업을 마친 사람을 포함해 오늘날 정규 교육기관에서 제공하는 학업과정을 이수한 사람을 부르는 명사로 확장되었다.
필자가 섬기는 새언약학교(NCA)는 우수한 대학을 목표로 정한 학생을 가르치는 학교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USC, UCLA, NYU, 버클리 등의 대학에 다수의 학생이 합격했고, 졸업반 전원이 적어도 몇 개의 UC에 합격했다.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하지만, 세상이 너무 악하고, 대학이 다 좋기만 한 것은 아니기에 매년 이맘때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첫째, 대학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대학은 장난이 아니다. 등록금이 상당함은 물론 (명문 사립대의 경우 연 8만~9만달러), 대학과정을 마칠 때까지 거의 돈을 벌지 못하기에 '기회원가(opportunity cost: 한 가지 목적을 위해 투입된 자본이 다른 목적으로 투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포기된 가치)' 또한 높다. 대학은 큰 대가를 요구한다.
둘째, 대학진학은 축하할만한 성과지만, 대학을 잘 마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 GDP가 높은 국가일수록 총인구의 고등학교 졸업률이 높은데, 참고로 OCED 국가의 평균 고등학교 졸업률은 인구의 79% 정도지만, 일본과 한국은 95%, 그리고 OECD에 소속되지 않은 러시아의 고등학교 졸업률도 95%다.
미국의 경우 총인구 중 약 90%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GED(general equivalency diploma; 검정고시)를 소유한다. 그런데, 4년제 대학 학위 소유자는 33%에 불과하다. 왜 그럴까?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이 아닌 일터 또는 군대로 향하는 이가 적지 않고, 대학진학 후 상당수가 하차하거나 정학당하기에 그렇다. 참고로 미국은 한국과 달리 대학생을 퇴학시키기도 한다. 대학에 진학했다고 자동으로 졸업장을 받지 못한다.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야 대학을 마칠 수 있다.
셋째, 학비를 거의 다 부모가 지불해야 하기에 학생은 부모에게 감사해야 한다. 신체적, 정서적으로 다 컸다고 우쭐대고 부모를 무시해선 안 된다. 대학 등록금을 혼자 감당할 수 있는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보통 부모가 다 책임져야 하기에 부모의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 대다수의 부모는 자녀를 위해 적어도 4년간 더 희생해야 하기에 학생은 부모에게 더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해야 한다.
넷째, 좋은 사람과 사귀어야 한다. 우수한 대학엔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다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다. 이상한 생각과 삐뚤어진 사상을 소유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으며, 여기서 지적하는 '이상함'은 다름(different)을 넘어 해괴망측(駭怪罔測)을 의미한다. 올바른 가치관, 뚜렷한 신념, 투명한 삶의 원칙, 그리고 고귀한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가까이해야 한다. 좋은 은사,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은 큰 축복이다.
다섯째, 대학에서 “모든 것을 다 체험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청소년이 대학에 가 '성인의 자유'를 만끽하고 누리려고 흥분되어 있다. 한데 지금까지 부모나 학교, 교회 같은 곳에서 얼마나 공들여 경계선(boundary)을 그려주었고, 또 지키도록 애썼는가? 대학에서도 학생은 그런 기준을 적용해 긍정적이고, 유익하며, 생산적이고, 인격 형성에 도움 되는 일과 이벤트를 체험해야지, 선을 넘어 어리석고 파괴적인 일에 참여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마약에 손대지 말아야 한다. 광란한 파티에 가지 말아야 하며, 술에 취하지 말고, 특히 여성이라면 타인이 건네주는 음료를 절대 마시지 말아야 한다. 정치적 이념과 사상도 무조건 다 받아들여선 안 된다. 이런 조언이 지금은 답답하게 느껴지겠지만, 귀를 기울이면 나중에 큰코다칠 일, 크게 후회할 일이 없을 것이다.
대학 합격과 진학은 참 기특하고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크고 작은 암초가 캠퍼스와 강의실에 존재한다. 동료의 압력과 유혹도 심하다. 그러니,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모험을 택하기 전 “우리 엄마, 아빠, 교회 목사님, 또 교장 선생님은 뭐라 하실까?”란 질문을 해 봄으로써 평생 후회할 실수나 오류를 피하면 대학에서의 배움과 성장이 다음 단계로 전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안전한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으로 헤엄쳐 가는, 삶의 새로운 장을 여는 모든 졸업생을 축하한다. 그리고, 그런 자녀를 둔 부모에게 수고했다고, 축하한다고, 그러나 계속 기도해야 한다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