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 가구 35% "생계비도 감당 못해"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로컬뉴스

가주 가구 35% "생계비도 감당 못해"

웹마스터

치솟는 물가로 인해 캘리포니아 전체 가구 중 35%는 기본적인 생활비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AP


한인 등 380만가구 '생활 고통'

고 인플레에 공공 지원은 줄어

작은 변수에 '홈리스 전락' 위기



“집세, 보험료, 공과금, 식비 등 기본 생활비만 최소 5000달러 정도는 있어야 되는데…. 물가는 말도 못하게 치솟았고, 수입은 제자리니 대체 어디서 얼만큼을 줄여야 할 지 모르겠어요.”


남편과 단 둘이 사는 김모씨는 생활비만 떠올리면 한숨부터 나온다. 남편이 은퇴한 이후 재정 상황은 더 나빠졌다. 여행은 물론 외식조차 마음 놓고 못하는데도 지갑은 늘 마이너스다. 김씨는 “희망을 가지려 애쓰지만 생활비에 짓눌리니 쉽지 않다”며 “지금은 이런 걱정 안 하는 사람들이 가장 부럽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등한 물가와 공공 지원 축소,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전체 가구의 셋 중 하나는 기본적인 생활비 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단체 ‘캘리포니아 유나이티드웨이’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35%인 380만여 가구는 기본적인 생활에 들어가는 돈을 벌지 못해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다. 보고서는 캘리포니아 58개 모든 카운티를 대상으로 주거, 차일드케어, 교통, 의료, 세금, 식료품 등 실제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분석했다. 연방정부의 빈곤선 기준보다 현실적인 생활비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이들 가구의 경우 생활비가 빠듯하다 보니 작은 변수에도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LA 유나이티드웨이’의 엘리스 뷰익 최고경영자는 “예를 들어 갑자기 차가 고장나거나, 응급실에 실려가거나, 렌트비가 오르는 등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하면 바로 홈리스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치솟는 육아비용도 한인 등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 시키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차일드케어 비용은 연 평균 1만6000여 달러에 달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비싸다. 부부와 프리스쿨과 학교에 다니는 자녀 2명 등 4인 가구들을 조사해 보니 실제 받는 소득이 필요한 소득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다섯 명의 자녀를 키우는 한 여성은 “부모님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육아 비용만으로 한계에 도달해 가정이 유지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보고서가 2023년 10월데이터에 기반해 작성된 만큼 이후 시행된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등은 반영되지 않아 실제 상황은 이 보다 더 안 좋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나이티드웨이’측은 "공공 지원은 줄고 있고 일하는 가정의 어려움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주 정부가 차일드 택스 크레딧, 저렴한 주택 공급 확대 같은 실질적인 정책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해광 기자 la@chosundaily.com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