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선종]차기 교황 선출 절차는? 최초의 非백인 교황 가능성
2014년 8월 16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복미사' 집전에 앞서 카 퍼레이드를 하며 한국 천주교 신자들에게 인사하는 교황 모습. /연합뉴스
바티칸, 교황직 비어있는 '사도좌 공석'
장례 치르고 3주차 되는 시점에
새 교황 선출절차 돌입 예정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 선종함에 따라 바티칸은 교황직이 비어 있는 ‘사도좌 공석’ 상태가 됐다.
바티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를 치르고, 선종 후 3주 차가 되는 시점에 새 교황을 뽑는 절차에 돌입한다.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들의 투표 콘클라베(conclave)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사임한 2013년 이후 12년 만에 막을 올리는 것이다.
콘클라베는 본래 ‘열쇠로 잠글 수 있는 방’을 뜻하는 라틴어다. ‘열쇠(clavis)’에 ‘함께(con)’라는 접두사가 붙은 형태다. 1274년 교황 그레고리오 10세가 칙서를 통해 “추기경단은 외부와 격리된 방에서 교황 선출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명문화하면서 교황 선거를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콘클라베는 3분의 2 이상 득표하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바티칸 교황 관저에 있는 시스티나 경당(經堂·작은 예배소)에서 투표를 반복한다. 1492년 교황 인노켄티우스 8세 선종 이후 이어져 온 전통이다. 첫날 결정이 안 나면 둘째 날부터는 하루 두 번씩 재투표가 이어진다. 33번 투표했는데도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마지막 투표에서 1·2위를 한 후보를 두고 결선투표를 한다.
투표권은 교황 선종일을 기준으로 만 80세 미만인 전 세계 모든 추기경이 갖는다. 별도의 입후보 절차 없이, 투표권을 가진 모든 추기경이 후보가 된다. 오직 투표를 통해 후보가 좁혀지고 결과의 윤곽이 드러난다. 한국에서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74) 추기경이 콘클라베에 참석한다. 올해 만 81세인 염수정 추기경은 참석하지 못한다.
콘클라베 과정은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교황청 내 방문자 숙소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숙식하는 추기경들은 공정성과 보안을 위해 인터넷 접속이나 뉴스 시청도 철저하게 제한당한다. 투표가 종료될 때마다 굴뚝에 피우는 연기의 색깔로 결과를 알릴 뿐이다. 흰 연기는 선출 성공, 검은 연기는 실패라는 의미다. 교황 선출에 성공하고 당선인이 즉위를 수락하면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새 교황을 얻었다)”이라는 공식 선언이 나오고 새 교황의 즉위명(名)도 발표된다.
지난 100년간 치러진 총 7번의 콘클라베 모두 나흘을 넘기지 않았다.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 프란치스코 교황 모두 이틀 만에 선출됐다. 따라서 이번에도 새 교황이 누구인지 짧게는 2~3일 내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추기경단의 규모가 커졌지만 과거에 비해 의견 조율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세나 르네상스 시대의 콘클라베는 몇 주에서 몇 달씩 걸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당시엔 교황이 막강한 정치권 권력을 가졌고, 각국의 이해관계가 여기에 첨예하게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로 언급되는 추기경 가운데 ‘교황청 서열 2위’ 피에트로 파롤린(70) 교황청 국무원장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건강이 악화할 때마다 후임으로 거론된 인물이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2013년부터 보좌관 겸 공식 대변인을 맡아 왔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파롤린 추기경이 “정치적으로 좌우에 치우치지 않고 중용의 미덕을 지닌 교회의 온건파로 알려져 있다”고 평했다.
동성애자 신자에게 축복을 허용하는 등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인 진보적 행보에 교회 내 보수파의 불만이 컸던 만큼, 이들이 결집해 전통적 교리를 견고하게 수호할 후보를 밀어붙일 수 있다. 유럽의 난민 수용과 이혼·동성혼에 반대해 온 헝가리 출신 페테르 에르되(73), 독일 출신 게르하르트 뮐러(78) 추기경 등이 보수 진영의 유력 후보로 언급된다.
비(非)유럽 출신으로는 처음이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의외의 인물이 ‘깜짝’ 등장할 수도 있다. 최초의 유색인(有色人) 교황이 탄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프리돌린 암봉고 베숭구(65) 추기경 또는 필리핀 출신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68) 추기경 등이 후보군이다. 베숭구 추기경은 빈곤·인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아프리카 교회의 미래를 상징해 왔다. 타글레 추기경은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로 불릴 정도로 개혁적 성향을 보여 온 인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자가 계속 늘어나고, 향후 교회의 성장 잠재력이 큰 아시아에 큰 관심을 보였다. 현재 유럽(54명) 다음으로 많은 추기경을 보유한 지역이 아시아(21명)다. 아프리카(17명), 북아메리카(16명), 남아메리카(15명)보다도 많다. 따라서 아시아 지역 추기경단의 ‘표심’이 차기 교황 선출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콘클라베(conclave)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에서 열리는 교황 선거. 80세 미만 추기경 전원이 후보이자 유권자가 돼 3분의 2 이상 찬성이 나올 때까지 투표를 반복한다. 콘클라베 시작을 알리는 미사 이후의 과정은 모두 비밀이다. 교황이 선출되면 성당 굴뚝에 흰 연기를, 선출이 무산되면 검은 연기를 피워 결과를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