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신호등] ‘정의’ 실현에 필요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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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신호등] ‘정의’ 실현에 필요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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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영

미주조선일보LA 독자부 위원


‘정의(正義)’와 ‘불의(不義)’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흔히 우리는 정의가 이긴다고 배워 왔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힘이 센 쪽이 이긴다고 대답한다.


BC 480년경, 고대 페르시아제국은 인도에서부터 에티오피아까지 127개 지역에 총독을 세우고 관리하는 강대국으로서 지구상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였다.  


‘아하수에로’ 왕이 페르시아를 다스리고 있을 때의 일이다.  왕의 궁전 안에 ‘모르드개(Mordecai)’ 라는 유대인 남자가 있었다. 그는 예루살렘에서 끌려온 포로 중의 한 사람이었지만, 탁월한 재능과 근면성을 인정받아 궁전 안에서 일하게 되었다.


하루는 조용한 낮잠 시간에 왕의 신임이 두터운 두 환관이 궁궐 기둥 뒤에 숨어서 수근거리고 있는 모습이 모르드개의 눈에 띄었다. 태도가 수상했다. 모르드개는 몰래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놀랍게도 그들은 왕을 암살할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모르드개는 바로 왕께 알렸다. 두 환관은 처형되고, 궁중 사관은 모르드개의 공로를 궁중 일지에 기록했다.            


국왕의 암살 미수 사건 후에 새로운 인물 ‘하만(Haman)’이 재상(국무총리)에 임명되었다. 하만은 페르시아에 합병된 아멜렉의 왕족 후손으로 왕의 명령에 열정과 충성심, 아첨까지 보태 순응했다. 하만이 궁정 출입을 할때 모두가 엎드려 절을 했지만, 단 한 사람 모르드개는 예외였다.


‘모르드개’는 유대의 신을 독실히 믿어 그 분 외에는 절을 하지 않았고, 바른 일에만 전념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결코 권력에 비굴하지 않고, 유대 민족의 자긍심이 몸에 베여 있었다.  


페르시아로 끌려 온 소수민족 중, 유대인은 날로 인구가 속증했고, 타민족보다 월등하게 부(富)를 축적하고 서로 단결하는 것이 하만에겐 큰 위협으로 느껴졌다. 더구나 아멜렉은 과거 유대와의 전쟁으로 그 원한이 대를 이어 내려오는 피해의식이 있었다.


하만은 모르드개는 물론 모든 유대족을 멸살하려는 음모를 꾸몄다. 왕 앞에 나온 하만은 “폐하! 전국 각 지역을 살피건대 여러 민족들이 흩어져 살고 있지만, 유독 유대민족은 인구가 날로 증가하고 저들이 우리 제국의 신을 믿지 않고 법령과 풍습도 지키지 않습니다. 지극히 위험한 상황입니다” 라고 간언했다. 


왕은 하만의 주장을 듣고 그에게 국고 지원과 자유 재량권을 승인했다. 하만은 즉시 127개 지역의 총독 앞으로 12월 13일을 기해 유대민족을 말살하고 재산까지 압류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이런 위기상황을 알게 된 모르드개는 모든 동족들에게 금식기도를 부탁하고, 왕비인 ‘에스더’에게 알렸다. 에스더와 모르드개는 조카, 삼촌 관계였다. 왕비라 할지라도 왕의 사전 허락없이는 왕 앞에 배알할 수 없었지만, 에스더는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으로 용기있게 왕 앞에 나가 그의 관심과 호의를 사게 되었다.  


그날 밤 왕은 이상하게 잠이 오질 않았다. 시종을 불러 페르시아의 연대기를 읽게 했다. 그 중의 한 구절이 그의 귀를 끌었다.  5년전, 왕이 총애했던 두 환관이 왕을 암살할 역모를 꾸몄지만, 이를 모르드개가 사전에 알렸기에 암살을 모면했다는 귀절이었다. 왕은 그에게 어떤 상급을 내렸는지가 궁금했다.


결국 왕은 모르드개를 통해 하만이 그의 권력을 남용해 유대인들을 말살하려는 계략을 알게 되었다. 사건은 드라마틱한 반전이 되었다. 하만은 탄핵되고 말았다. 모르드개를 매달려고 설치했던 높은 교수대에 하만이 졸지에 매달렸고, 모르드개는 재상에 올랐다.  


드라마틱한 반전을 기념하는 12월 14일은 유대인의 명절, ‘부림(Purim)절’이다. 구약성경의 <에스더> 에 나오는 이야기다. 에스더는 미모는 물론 지혜와 용기를 가진 여인이었다.  동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용기를 발휘했다. ‘에스더’를 주제로 ‘왕과의 하룻밤(One Night with the King)’ 이라는 미국 영화가 2006년에 개봉되기도 했다. 


미국 영화계의 아버지로 통하는 ‘데이빗 그리피스’는 “강해지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부드러워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라고 역설했다. 모르드개는 기도의 힘을 통해 하나님의 손길을 구했고, 에스더는 용기로 왕과의 대면 기회를 만들었다.



요즘 한국에선 ‘대통령 탄핵’을 놓고 한창 싸우고 있다. 탄핵기각(반대)이냐? 탄핵인용(찬성)이냐? 로 국민간, 이념간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많은 국회의원 숫자로 탄핵 소추를 남발하며 밀어 붙이는 야당이 이길 것인가? 국회의원 숫자는 적지만 국민여론과 광장의 세(勢)를 불러 모으는 여당이 이길 것인가?  


과연 헌법재판소는 누구의 손을 들어 줄까?  

 헌법재판관의 역할과 자질은 헌법의 수호자로서 헌법 정신과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구현할 책임을 맡는다. 특히 탄핵 심판과 같은 중대사에는 재판관의 도덕성, 정의와 공정성, 법적 전문성이 핵심적 자질로 요구된다.


정치적 편향이나 외부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여 공정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 특히 탄핵 심판은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의, 공정성을 준수해야 한다.    


과연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에 정의와 공정성이 존재할까? 존재한다는 착각을 그래도 믿고 싶다.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오늘 날에도 모르드개같은 인물, 에스더같은 용기를 기대해 본다. 조국의 안정과 번영을 기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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