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독감' 가주 휩쓴다… 어린이 15명 등 900명 사망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로컬뉴스

'킬러 독감' 가주 휩쓴다… 어린이 15명 등 900명 사망

웹마스터

올 겨울 가주 전역에서 독감이 맹위를 떨치며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한 주민이 독감주사를 맞는 모습. /AP



여기저기서 '콜록콜록', 예방접종률 낮아

LA카운티 주민 10명 중 3명 양성 판정

방치하면 폐렴 발전, 심장·뇌 손상될수도


# LA동부 포모나에 거주하며 5세·7세 아이들을 키우는 윤지혜(41)씨는 최근 회사 동료들과 교회 신도들 사이에서 독감 확산이 심각한 상황임을 실감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기침과 콧물, 고열, 근육통에 시달리며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일부는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특히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때마다 독감에 쉽게 걸릴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외출조차 꺼려지는 요즘 불안한 마음에 매일 아침 아이들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게 일상이 됐다.


올 겨울 '킬러 독감'이 가주 전역을 휩쓸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독감 환자가 급증하며 15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한 가운데 LA카운티의 독감 양성 판정률도 올 겨울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주 보건국(CDPH)이 2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독감시즌 사망한 주민은 900명을 넘었으며 사망자 중에는 15명의 어린이가 포함됐다. 독감 사망자수는 전년동기의 500명에 비해 80%, 2023년 시즌의600명보다 50%나 증가한 수치다.

캘리포니아주 독감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환자 비율은 23.3%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LA카운티 독감 양성 판정률은 29%로 올 시즌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독감 사망자 중 78%(701명)는 64세 이상 시니어였으며, 이는 독감이 주로 고령층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회적 통념과 일치한다. 그러나 어린이 사망자수가 증가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한 주 동안 4명의 어린이가 독감으로 사망했으며, 이로 인해 어린이 사망자수가 30% 이상 증가했다. UC샌프란시스코의 감염병 전문의 겸 의학교수인 피터 친-홍 박사는 "코로나19는 주로 고령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독감은 어린이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시즌 독감으로 사망한 어린이 15명 중 4명은 샌디에이고 출신 10대들로 이들은 모두 독감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다고 주 보건국은 전했다. 독감 예방접종률은 특히 어린이들 사이에서 감소하고 있으며, 독감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률도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20~21 시즌 전국적으로 6개월에서 17세까지 어린이·청소년 중 58%가 독감 예방접종을 받았으나, 지난달 말 기준으로 예방접종자 비율은 45%로 감소했다. 캘리포니아주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말 현재 캘리포니아주 어린이의 47.7%가 독감 예방접종을 받았으며, 이는 지난 2019~20 시즌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전년 동기에는 어린이의 53.7%가 예방접종을 받았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6개월 이상 모든 사람이 독감백신을 접종받을 것을 권장하며, 특히 겨울철 독감 확산이 심각해질 수 있는 시기에 대비해 10월 말까지는 독감주사를 맞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밝혔디.

현재 유행중인 독감 유형은 H1N1(2009년과 2010년의 돼지독감 팬데믹과 관련된 바이러스)과 H3N2(더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는 악명 높은 바이러스) 이다. 이번 독감시즌이 이미 매우 강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보건당국은 아직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주민들은 접종을 받을 것을 조언했다.

미국 내 독감시즌은 일반적으로 12월~2월 절정을 이루지만 독감 바이러스는 연중 내내 확산한다. 친 홍 박사는 "독감은 감소세를 보일지 몰라도 시즌은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형 약국체인 월그린(Walgreens)은 올해 독감 항바이러스 약물 처방이 전년 동기대비 204%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독감은 기침, 콧물, 코막힘, 몸살,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폐렴으로 발전하거나, 심장이나 뇌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지난 15일 기준 일주일 동안 독감 사망자수는 코로나19 사망자수를 처음으로 초과했다. 이번 시즌 전국에서 1만6000명이 독감으로 사망했으며, 그 중 68명이 어린이로 확인됐다. 


우미정 기자 la@chosundaily.com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