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중한 것 먼저"라는 헌재… 韓총리 탄핵심판은 덜 위중한가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로컬뉴스

"위중한 것 먼저"라는 헌재… 韓총리 탄핵심판은 덜 위중한가

웹마스터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정치적 논란 부른 헌재 결정들

 

헌법재판소가 정치권이 제기하는 일부 재판관의 ‘정치 편향’ 논란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면서, 논란이 있는 재판관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빠질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31일 윤 대통령 측이 문형배 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정계선 재판관 등에 대한 기피 신청을 검토 중인 데 대해 “피청구인이 변론에서 본안에 관해 진술한 경우 재판관 기피 신청은 안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미 두 차례 변론 기일에 참석해 재판관 8명 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개진한 만큼 재판관 기피 신청을 내기에는 늦었다는 것이다. 천 공보관은 이어 “재판관 배우자나 동생을 이유로 재판관이 회피해야 한다는 요구 등이 있는데, 단순히 주관적 의혹만으로는 부족하고 합리적이라고 인정될 만큼 객관적인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게 대법원과 헌재의 확립된 판례”라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헌재가 아니라 법원 같았으면 판사들이 이해관계 충돌을 우려해 스스로 재판을 피했을 수도 있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비상계엄 이후 헌재가 조직 논리만 앞세워 정치적 논란을 자초한 경우가 여러 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헌재 재판관 9명을 모두 채우기 위해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최상목 권한대행 사건을 이례적으로 한 달 만에 서둘러 선고하기로 한 것이 꼽힌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탄핵 소추되지 않았다면 최상목 권한대행 사건은 없었을 텐데, 한 총리 사건보다 최 권한대행 사건을 먼저 선고하는 것은 선후가 뒤바뀐 것이란 지적이다.

 

◇“헌재, 마은혁 임명 사건 왜 서두르나”

한 헌법학자는 “헌재가 사안의 중대성을 자주 거론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 후 그 권한대행이 된 한 총리 사건도 위중함은 크게 다르지 않은 반면 사건 내용은 오히려 간단한데도 헌재는 재판을 시작조차 안 하고 있다”고 했다.

한 총리는 작년 12월 조한창·정계선·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을 보류했다는 이유로 탄핵 소추됐다. 이후 권한대행이 된 최상목 부총리는 세 사람 중 마은혁 후보자를 제외한 2명만 임명했고, 민주당은 셋 다 임명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권한쟁의 심판을 냈다. 그런데 헌재는 앞서 한 총리 사건은 아직 본격 심리도 시작하지 않은 반면, 최 대행 사건은 오는 3일 바로 선고하겠다고 했다. 헌재는 최 권한대행 사건에 대해 별다른 준비 절차 없이 지난 22일 첫 변론 기일을 열어 당일 종결하고, 이틀 뒤 선고 날짜를 못 박았다. 최 권한대행 측이 변론 재개를 요청했지만 3시간여 만에 기각했다. 반면 작년 12 27일 접수된 한 총리 탄핵심판의 경우, 준비 기일 한 차례만 열었을 뿐 본 재판은 시작도 못 한 상태다.

 

◇“이진숙 탄핵, 국회 권한 남용 아니다”

헌재는 지난 23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을 기각하면서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이 위원장이 취임 후 이틀 사이에 탄핵당할 만한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을 저질렀겠느냐”며 “형사 재판이었다면 공소 기각에 해당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지금 괜찮은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작년 8월 민주당 주도로 탄핵 소추된 뒤 174일간 직무가 정지됐다. 그러나 헌재는 “설령 (국회의 탄핵소추에) 부수적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돼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민주당의 ‘줄탄핵’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尹 측 정계선 기피 신청, 하루 만에 기각

헌재는 지난 13일 윤 대통령 측이 남편 논란을 빚은 정계선 재판관에 대해 기피 신청을 하자, 하루 만에 기각했다. 윤 대통령 측은 “정 재판관 배우자는 국회 측 대리인단 공동대표인 김이수 변호사가 이사장인 공익 재단에서 근무 중이라, 공정한 심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 재판관 남편은 작년 12월 계엄 직후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 선언에도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법원에서 비슷한 논란이 발생했다면 판사 스스로 사건을 회피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자녀 입시 비리 등 사건 상고심에서도, 이흥구 대법관은 조 전 대표와 친분이 있다며 스스로 심리 및 선고에 관여하지 않고 빠졌다.

 

◇국회 측 요구한 ‘내란죄 철회’는 판단 미뤄

윤 대통령 탄핵 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할 것인지를 두고도 정치적 논란이 있었다. 국회 탄핵 소추단 측이 준비 기일에서 “내란죄를 사실상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윤 대통령 측은 “80%에 달하는 탄핵 소추서의 내용이 철회되는 것”이라며 헌재가 탄핵심판을 빨리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법조계 한 인사는 “윤 대통령의 형법상 내란죄 여부는 탄핵심판에서도 중요한 쟁점인데 헌재는 모른 척 넘어가고 있다. 정치적 논란을 피해 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날 정치인 등에 대한 체포조 편성 및 운영 혐의와 관련해 경찰 국가수사본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 수색을 진행했다.

방극렬 기자 / 김나영 기자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