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소방관들이 퍼시픽팰레시이즈에서 산불로 폐허가 된 주택의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AP.  

동시다발 산불 확산일로에 '폐허'

팰리세이즈 진화율 0 “언제 잡히나” 

피해 500억달러, 한인들 망연자실  

패리스 힐튼 등 스타 저택도 잿더미 

맹렬하게 휘날리는 시뻘건 불씨에 땅과 하늘은 모두 화염으로 뒤덮였다. 불 기둥은 잇달아 폭발하듯 터지며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주택마저 삼켜버릴 기세다. '악마의 바람'을 타고 날아온 화마가 천사의 도시 LA를  폐허로 만들고 있다.

최고 시속 100마일에 달하는 강풍을 타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9일로 사흘 째 이어지며 천문학적인 피해를 낳고 있지만, 좀처럼 불길이 잡히지 않으면서 LA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전망이다.  

내륙 일부에서는 진화 작업이 다소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가장 피해 규모가 큰 퍼시픽팰리세이즈 등 해안 지역의 불길은 하루다 다르게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LA 카운티에서는 9일 오전 기준 퍼시픽팰리세이즈와 이튼, 허스트, 리디아, 선셋  등 5건의 산불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5명이 목숨을 잃었고, 18만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으며, 주택 등 시설물 수 천 여 채가 잿더미로 변하면서 수 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10만여 가구에는 전기가 공급되지 않았으며 LA카운티 내 대부분 교육구도 지난 8일부터 일제히 휴교령에 돌입했다. 

산불 피해는 확산일로지만 강풍과 인력 부족과 건조한 날씨 등으로 진화에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대 산불로 불리는 퍼시픽팰리세이즈와 이튼 산불의 진화율은 9일 오전까지 0%에 머물고 있다. LA 북부 샌퍼난도 밸리에서 발생한 허스트 산불은 10%의 진화율을 나타냈으며, 발렌시아 인근 리디아 산불의 진화율은 40% 수준이다.

다행히 8일 오후 6시께 할리우드 거리 북쪽 산지에서 발생한 선셋산불은  43에이커를 태운 후 진정세를 보여 할리우드 일대에 내려진 대피령이 9일 오전 7시 30분에 해제됐다. LA 서북부 밴나이스 분지에서 발생했던 우들리 산불은 30에이커를 파괴한 후 완전히 진화됐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퍼시픽팰레세이즈 지역의 경우 럭셔리 저택이 밀집해 더 큰 피해를 입었는데 특히 패리스 힐튼을 비롯, 마크 해밀, 제임스 우주, 맨디 무어 등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보금자리도 잿더미로 변했다. 패리스 힐튼이 2021년 5월 840만달러에 매입한 휴가용 맨션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로 유명한 배우 빌리 크리스탈이 1979년부터 거주해 온 900만달러의 주택도 폐허가 됐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부촌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지역의 평균 주택 가격은 450만 달러에 이른다.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튼산불 지역과 인접한 라크레센타, 라카냐다-플린트리지, 패서디나 등 한인 밀집지역에서는 한인 주택들의 피해도 잇따라 보고 되고 있다. 다행히 LA총영사관 측은 이번 산불로 인한 한인의 인명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대피 발령지역도 확대됐다. 9일 현재 LA 카운티 전역에서는 18만명의 주민에게 대피령이 발령된상태다. 전날 밤의 약 15만5000명에서 2만5000명가량 더 늘어난 수치다. 또 언제든 집을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대피 경고' 대상 주민은 현재 20만명에 달한다.

당국은 이번 산불로 인해 수천 채의 건물이 소실된 것으로 추정했다. 산불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현재까지 5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J.P.모건 체이스는 추산했다. 

한편 이번 산불로 인한 이재민들을 위한 셸터가 LA 일원에 설치된 가운데 기업들의 이재민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NBC에 따르면 우버와 리프트는 셸터까지 이동할 수 있는 차량 이용 바우처나 크레딧을 제공하며, 에어비엔비는 임시 숙박권을 무료 제공한다. AT&T와 버라이즌도 산불 피해지역에서 무제한 데이터나 요금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이해광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