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픽사 첫 애니 시리즈서 ‘트랜스젠더 스토리’ 삭제
내년 2월에 디즈니플러스에 공개 예정인 픽사의 어린이 애니메이션 '모두의 리그'(Win or Lose)의 한 장면(유투브 예고편 캡처)
경영 위기감 반영 , 동성애 이념 옹호하다 반발 불러 일으켜
작극적으로 동성애 이념을 수용해 왔던 월트 디즈니가 이에 따른 반발이 계속되자, 내년 2월 19일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 예정인 8부작 시리즈 공개되는 어린이 애니메이션 ‘모두의 리그’(Win or Lose) 에서 트랜스젠더 관련 서사를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이 시리즈는 남녀공학 중학교 소프트볼팀 ‘피클스’의 이야기를 각기 다른 캐릭터의 시점에서 풀어내는 형식이 특징이다. 그 동안 디즈니는 LGBTQ+ 서사를 담은 애니메이션 컨텐츠를 빈번하게 제작해 왔다. 2022년 동성애 관계를 포함한 ‘라이트이어’(Lightyear)와 게이 주인공이 등장하는 ‘스트레인지 월드’(Strange World)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관객들에게는 매우 낯선 디즈니 컨텐츠라는 지적도 있었고 학부모 단체들의 반발도 불러 일으키면서 경영 위기감이 고조 되었다.
급기야 2022년 말 취임한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는 디즈니 일부 컨텐츠가 정치적으로 변했다며 프로젝트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그는 같은 해 뉴욕 행사에서 “관객의 즐거움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며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영화 제작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론 스토리텔링보단 메시지 전달을 우선시하는 방식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디즈니 대변인은 미국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와의 인터뷰에서 “픽사 애니메이션 시리즈 ‘모두의 리그’(Win or Lose)에서는 더 이상 성소수자 관련 스토리라인이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디즈니는 “어린 청중을 위한 애니메이션 컨텐츠와 관련해 많은 부모가 자녀와 특정 주제에 대해 자신의 방식과 시기에 따라 논의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디즈니가 트랜스젠더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스토리라인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것은, 해당 회사가 2022년 플로리다에서 통과된 ‘교육 분야에서의 부모 권리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뒤 분노를 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해당 법안은 공립학교 교사와 직원이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들과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금지한다.
한편 2022년 4월 1,079명의 총선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의 약 70%가 “디즈니가 어린이들에게 성적 아이디어를 노출시키는 컨텐츠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는 보도 때문에 그들과 거래할 의향이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디즈니가 2023년 발표한 증권거래위원회 보고서는 “소비자들의 입장이 특정 환경 및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노력을 비롯한 공익적 이슈에 대해 우리와 종종 크게 다르며, 이는 우리의 평판과 브랜드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훈구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