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이렇지요] 지덕체(智德體) 전인교육이 필요하다
내 개인으로서는 미국 교육제도가 부러울 때가 많다. 오래 전 이야기지만 뉴욕에 살고 있는 친구의 딸은 뉴저지주 고등학교 음악콩쿨(바이올린 부문)에서 1등 입상을 하였다. 이 덕에 친구의 딸은 예일대학에 합격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음악대학이 아니고 심리학 전공이었다.
그 뒤 워싱턴에 사는 동창 집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이 동창에게도 딸이 하나 있었는데 하버드대학에 들어갔다고 자랑이었다. 상당한 수준의 SAT 성적도 받아야 하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전국 수영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한국 같았으면 바이올린 연주를 잘 하면 음악대학으로 가고 수영선수라면 체육대학으로 진학했을 법하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바이올린 콩쿨 수석 입상과 수영대회 1등은 아주 좋은 스펙(specification·경력이나 각종 자격의 취득을 이렇게 엉터리로 부른다)인데 왜 음악대학이나 체육대학으로 진학하지 않았을까 한동안 의문이었다.
바로 그렇다. 음악이나 체육은 전인적 인격을 형성하고 건전한 사고와 활동에 필수적인 탓에 그것을 전공하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덕체 교육이 중요한 까닭이다.
지덕체 교육은 전통적으로 전인교육의 3대 요소인 지육, 덕육, 체육이 균형을 이루어 올바른 인격체를 형성하고 지도자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하는데 목표를 둔다.
지금 우리 교육을 보면 지육(智育)만 남아 있고 덕육(德育)과 체육(體育)이 사라진 느낌이다. 각급학교는 점수 지상주의가 지배하고 있고 학생들은 점수 기계로 서열화 되었다. 허기야 60년대 우리가 고등학교 다닐 때 국·영·수 모의고사를 보고 나면 모든 학생들의 성적이 문과·이과로 나뉘어 게시판에 성적순으로 붙어 있었다. 지금 같으면 명예훼손으로 선생님을 고소하는 학생이 있을지도 모른다. 지육의 경우도 깊은 사고와 창의력을 키우는 데는 큰 관심이 없고 단답식이나 OX 훈련만 돼 있어 단선형 사고의 인간을 양산할 위험이 크다.
내가 들은 바로는 시라큐스 어느 대학원에서는 한국에서 오는 유학생을 기피하고 있다고 한다. 머리는 우수하지만 자기 의견이 없고 토론에 훈련이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뭔가 우리 교육이 크게 잘못 돼 가고 있다.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오히려 반사회적이며 애국심이 부족하고 탐욕적이며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전 법무부장관 조국, 정경심 부부다. 두 내외가 합작해서 딸의 인턴·표창장·봉사경력 등 모두 7가지 서류를 위조해서 고려대학과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을 시켰다. 마침내 딸은 의사가 되었지만 1, 2심 재판의 결과에 따라서 대학원의 입학이 취소되었다. 고려대의 입학 취소나 의사 면허 취소 역시 시간 문제다.
여기서 나는 부모의 과욕이 “죄없는” 딸의 인생을 망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일말의 연민을 느낀다. 온 국민을 경악케 만든 것은 재판을 통해서 7가지 서류가 모두 가짜이자 위조임이 밝혀졌음에도 이 부부는 사과는커녕 외려 당당하다는 점이다. 모든 게 덕육이 사라진 탓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가 됐다.
더욱 황당한 것은 여당의 지도급 인사들이 이 부부를 공개적으로 비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우리 정치를 두고 “thug 정치”라고 말했다. 깡패 정치, 양아치 정치가 언제쯤 사라지게 될까?
김우룡 칼럼니스트는: 중앙고, 고려대 영문과, 서울대 신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뉴욕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을 수료했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언론학 박사를 받았다. UC버클리 교환교수, 한국방송학회 회장을 지냈다.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좌교수, 차관급인 제3기 방송위원,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