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S등 약국체인 처방약 ‘바가지’
CVS의 처방약 명세서. 60그램 피부건선 치료제 리테일 가격(왼쪽)이 369달러, 코페이(오른쪽)가 84달러로 적혀 있다.
같은 약 코페이, 한인약국 비해 4~5배
소매가 멋대로 책정, 한인등 환자들 분통
유통 시스템 복잡, 추가비용 전가 지적도
얼마 전 피부과 진료를 마치고 처방약인 건선 치료 크림을 찾으려 CVS에 들린 김모씨는 약값을 듣고 깜짝 놀랐다. 잘 알려진 크림으로 보험이 커버되는 데도 환자가 지불해야 하는 코페이 가격이 무려 84달러에 달했기 때문이다.
“대체 원래 약값이 얼마 길래 이만큼을 부담해야 하냐”라고 물어보니 직원은 명세서에 찍힌 ‘리테일 가격’을 가리켰다. 자그마치 369달러였다.
60mg 크림 하나의 오리지널 가격이 400달러에 가깝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김씨는 하는 수 없이 약값을 지불하고 돌아왔다. 김씨는 마침 다음 날 주치의 진료를 받게 되어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똑같은 처방약을 요청하고 이번에는 한인타운의 한 약국에서 약을 수령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코페이 가격은 CVS의 4분의1에도 못 미치는 20달러가 아닌가. 김씨는 너무 화가 나서 CVS 측에 따졌지만 “원래 가격이 그렇다는 소리만 들었다”며 “무심코 대형 약국 체인의 처방약 가격이 더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큰 코를 다쳤다”며 한숨을 쉬었다.
CVS 같은 대형 약국체인의 일부 처방약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싸 ‘바가지’ 논란이 일고 있다. 약에 따라서는 동네의 작은 약국에 비해 4~5배가 넘는 가격표를 달고 있어 한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인타운의 한 약국 관계자는 “솔직히 CVS 같은 대형 약국체인에서 제시하는 오리지널 가격이라는 게 믿을 게 못 된다”며 “이들은 더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아예 처음부터 가격 자체를 높게 책정해 놓는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정보지 ‘컨수머리포츠’가 몇 년 전 150개 약국을 대상으로 5가지의 제네릭 약품 묶음(피오글리타존, 셀레콕시브, 둘록세틴, 아토르바스타틴, 클로피도그렐)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온라인 약국 ‘헬스웨어하우스닷컴’은 66달러, 코스트코는100달러였던 반면 CVS는 무려 900달러(매장 프로그램 불 포함)에 달해 상대적으로 10~15배나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독립 약국을 대표하는 ‘미국약국조합’이 올 초에 조지아 지역에서 실시한 처방약 가격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항우울제 부프로피온은 대형 약국체인이 54달러, 동네 약국은 5.54달러였으며, 혈압치료제 암로디핀의 약국체인 평균가는 23.55달러에 달했지만 동네 약국은 1.51달러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처방약 가격이 저렴해 지려면 단순화된 유통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CVS나 월그린스 같은 대형 오프라인 약국체인들은 보험사와 중개업체를 끼고 있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구조라 처방약 가격에 이를 반영하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반해 라인 약국들은 제약업체와 직접 가격을 협상해 유통을 단순화하고 이런 절감액을 소비자에게 반영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인들이 매년 지출하는 약값은 1400여 달러에 달한다”며 “이런 점에서 약값을 꼼꼼히 비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해광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