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기독교 인문학] 아버님 마음을 품게 하소서!
지난 10월에 한국 방문 때 아버님 추도 예배를 드렸다. 2003년 가을에 돌아가신 아버님 추도 예배가 쉽지 않았다. 이유가 많지만 가장 큰 이유는 효성 부족이다. 마침 방문 기간이 아버님 추도일과 맞아서 아버님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형제와 조카들과 함께 아버님 삶을 추억하고, 아버님께서 남기신 교훈과 삶의 모범을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우리 형제들은 아버님을 향한 특별한 감사의 마음이 있다. 아버님은 무엇보다 소중한 신앙을 물려 주셨고 어려운 형편에서도 온 힘을 다해 오 형제를 가르치셨다. 우리 형제들의 학업 능력은 아주 애매했다. 아주 못하지도 않았지만 탁월한 수준도 못 되었다. 아버님은 시원찮은 우리에게 도전정신을 불어 넣어 주셨고, 믿음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셨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공부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불어 넣어 주셨다.
아버님은 말로만 우리 교육에 관심을 가지신 것이 아니다. 치열하게 열심히 일하셨고 먹고 입는 일에 잔인하게 절약하셨다. 자식들이 하나님께 쓰임 받는 삶을 준비하는 일에 집중하도록 모든 것을 배려해 주셨다. 가난하셨지만 아버님은 우리가 공부할 때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해주셨다. 덕분에 우리는 공부를 마쳤고, 5형제 중 셋이 신림동 고시촌에서 각종 고시 공부를 했다.
아버님은 못난 아들들을 하나님께서 사용 하시길 간절히 기도하셨고, 긍휼을 베푸실 하나님을 굳건히 믿었고 아들들을 뜨겁게 사랑하셨다. 이 점에서 우리는 아버님을 흉내 내기 어렵다. 특히 나는 자녀들을 위한 기도도, 자녀들을 향한 사랑도, 그리고 그들을 주님께 맡기는 믿음도 아버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정말 본받고 싶은데 잘 안 된다. 그야말로 족탈불급(足脫不及)이다.
얼마 전부터 “아버지 마음을 품고 선교지 어린 영혼을 사랑하게 하소서!”라고 기도하고 있다. 선교지에 학교를 세우고 건강한 신앙교육을 하는 교육 선교를 도모하며 중요한 고비마다 이렇게 기도한다. 아버님이 아들들을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선교지 아동을 사랑하고, 아버님이 아낌없이 투자하신 것처럼 그들을 위해 투자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선교지 여러 나라에서 학생들이 사복음서를 쓰는 성경 필사 프로젝트를 마쳤다. 처음에 목회자 교사 그리고 학생들 모두 성경필사를 부담스러워하고 주저했다. 그들을 위해 날마다 간절히 기도했다. 주님께서 응답하셔서 모든 참가자와 지도자들이 은혜를 받았다. 많은 간증을 남기는 복된 사역이 되었다.
성과가 좋지만, 부담도 많다. 원래 계획된 인원보다 더 많은 학생이 성경 필사를 마쳐서 더 많은 장학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감사하며 이 어려움을 기쁨으로 감수한다. 선교비 송금을 준비하며 “아버지 마음으로 어린 영혼을 품게 하소서!”라는 기도를 다시 드린다. 아무리 어려워도 내색하지 않고 우리 학업을 지원하셨던 아버지 마음과 신앙으로 선교지 아동을 섬기려 한다. 1970년대 초 가든 그로브 수정교회 로버트 슐러 목사님이 거창고등학교 건축을 지원했다. 그 시절 한국 거창은 지금 우리의 선교지처럼 척박했다. 당시 13만불을 모금해 학교를 건축했던 로버트 슐러는 옳았다. 거창고등학교는 건강한 기독교 학교로 성장했고 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거창고등학교는 지금도 신앙을 가르치고 아름다운 꿈을 심는다. 오늘 우리 수고도 이렇게 결실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