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칼럼] 인생을 풀어가는 코드
박성근 목사(남가주 새누리 교회 담임)
오래 전에 맥스 루케이도가 쓴 글을 읽고 깊이 생각에 잠겼던 적이 있다. 대략 다음과 같은 이야기이다. 어느 교회에 새로 부임한 목사님이 첫 주일 예배를 드리기 위해 이른 시각 교회로 갔다. 아직 아무도 오지 아니한 교회당은 깊은 고요와 적막만이 흐르고 있었다. 차 안에서 잠시 그날의 설교를 묵상하던 목사님이 조용한 걸음으로 교회 정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키를 따고 문을 여는 순간,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알람 장치가 된 것을 몰랐던 것이다. 그 고요하던 교회당이 순식간에 요란한 소리와 혼돈 속에 휩싸이게 되었다. 당황한 목사님이 알람 장치판을 열고 나름대로 열심히 오프셋(off-set) 코드를 눌러 보았지만,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한참 뒤에 경찰이 달려왔고 경찰의 조치로 알람은 꺼졌지만, 경찰의 핀잔을 피할 길이 없었다.
경찰이 물었다. “당신이 누구요?” “저는 이 교회 목사입니다.” “아니, 목사라는 양반이 어떻게 교회의 경보기 하나 끄지 못한다는 말이오?” 엉겁결에 목사님은 “신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경찰은 심각한 표정으로 다음과 같이 충고해 주었다고 한다. “당신이 앞으로 이 교회에서 계속 사역하고 싶으면, 교회가 요란하고 혼돈스러울 때 그것을 끌 수 있는 코드(code)를 배워 두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이런 경험이 없을까? 고요하던 천지가 갑자기 혼돈으로 변하는 경험 말이다. 조용하던 목양 현장이 어느 날 갑자기 벌집을 쑤셔 놓은 것처럼 소란해지기도 하고, 천사 같던 사람들이 갑자기 원수가 되어 노도 같이 덤벼드는 경우도 있다. 탄탄 대로를 달리던 사업이 어느 날 갑자기 흔들리기도 하고, 행복하던 가정이 겉잡을 수 없이 흔들리는 때도 있다. 이와 같은 때에 우리는 이 소요들을 잠잠케 하는 코드를 알고 있는가? 맥스 루케이도의 고백처럼 신학교에서는 이런 코드들에 대해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냥 정상적인 상황 속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목회하는 교과서적 원리만을 가르쳐 줄 뿐이다. 그러다 보니 학교를 갓 졸업하고 큰 포부와 꿈을 갖고 목회를 시작했던 사람 중에 제대로 일어서 보기도 전에 상처를 입고 주저앉는 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목회건 인생살이건 이론만으로 되지 않는다. 인생의 문제를 푸는 바른 코드를 배워야 한다. 그것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다. 삶 속에서 배워야 한다. 때로 넘어지기도 하고 당하기도 하면서 배워 나가야 한다. 그것이 성장이고 성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