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습관이 DNA를 바꾼다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로컬뉴스

[의료칼럼] 습관이 DNA를 바꾼다

웹마스터

임영빈 

임영빈 내과 원장 



2013년 UCLA 의과대학의 스티브 호바스(Steve Horbath, PhD) 유전학과 교수는 건강관리의 판도를 바꾸었다. 단지 피 몇 방울로 사람의 생체나이를 측정하는 방법을 구사해 냈다. 이렇게 검사된 생체나이를 한 번만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습관을 개선하면서 생체나이가 어떻게 변하는지도 밝혀내는 새로운 필드가 생겨났다. 


본성 대 양육(Nature versus nurture)은 인간의 인격이나 지적능력 등이 유전자에 따른 본성과 후천적인 양육 중 어느 것이 큰 영향을 미치냐는 논쟁을 말한다. 논쟁과 관련해 그동안 실제나이로 바라봤던 의학에서는 본성이 40%를 차지하는 만큼 후천적 습관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60% 밖에 없다고 보았다. 하지만, 생체나이로 바라보니 본성을 15~20% 밖에 차지하지 않으니, 그 뜻은 습관을 개선하면 나의 건강 궤도를 크게 바꿀 수 있는 비중이 80~85%나 된다고 본다. 즉 질병은 조상 탓이 아니라 습관과 환경 탓이 더 크다는 것이다.  


건강한 습관이 내 미래를 바꾼다는 것이 어떻게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일까? “매일 X, Y, Z 습관을 하면 건강해져요”라는 발언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어떠한 기전으로 건강한 습관이 우리 미래를 바꾸는지 알려주는 방법은 ‘후성유전학(Epigenetic)’에서 밝혀졌다. 


생체나이를 측정하는 방법은 단 피 몇 방울로 유전자에 붙은 “메틸”의 양과 패턴을 분석함으로써 이뤄진다. 우리 유전자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소중한 염색체 안에 감겨있다. 이러한 염색체는 뇌세포, 장세포, 뼈세포 등등 체내 모든 세포에 존재하지만, 특정 세포마다 사용하는 DNA는 부분적이며 발현하는 패턴은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유전자는 변하지 않지만 습관과 환경을 조절해 주면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메틸이 유전자에 붙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것을 ‘메틸화’라고 한다. DNA 메틸화는 인생에서 하는 거의 모든 일에 미묘한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연구진들이 메틸화를 통해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진 요인들은 많으며, 환경과 생활방식은 바로 ‘메틸화'를 통해 염색체와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다.


메틸화는 유전자 발현을 변화시킴으로써 신체가 주변 세계에 적응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전자 발현이 신체의 일부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메틸화는 노화에 매우 민첩한 관계가 있다. 호바스 교수가 밝혀낸 것은 인간이 노화라는 과정을 지나면서 연대마다 대표적으로 ‘메틸’이 붙어있는 패턴을 분석한 것이다. 혈액검사를 통해 생체나이를 측정하는 것은 마술이 아니라, 현재 내 유전자에 붙어있는 메틸 패턴을 기본값과 비교해 실제나이가 생체나이보다 더 높은지 낮은지 알려주는 것이다. 

문의 (213) 909-9888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