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이제는 위로부터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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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이제는 위로부터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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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전)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와 조봉남 오렌지카운티 한인회장은 '통일'에 대한 열정으로 의기투합한 사이다. 두 사람은 지금 윤석열정부의 '자유통일독트린'에 대한 지지성명을 세계 최초로 한 것을 비롯하여 통일전략을 수립한 후 건의할 예정으로 있다. (사진 상)지난 9월 5일에 오렌지카운티한인회관에서 열린 해외남북 통일 세미나 및 촉구대회(사진 하) / 이훈구 기자 


해외동포 남북통일 세미나 및 촉구대회 연 조봉남 회장, 강승규 박사

 

임종석 ‘두 국가론’ 반 헌법적인 종북 발언, 비판 받아야

북한 MZ세대인 장마당 세대국가로부터 혜택 못 받아

'한류'는 가장 강력한 북한체제 붕괴를 위한 무기



타이밍이 묘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고 전대협 2기 의장이었던 임종석 전 실장이 뜬금 없이 '통일은 잊어버리자'며 ‘두 국가론’을 주장했다. 한 마디로 통일하지 말자”는 임종석 전 실장의 발언이 가져온 후 폭풍은 수습 불가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즉각북에 굴종하자는 것”(안철수 의원)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으며 정치적 기반인 더불어민주당 마저헌법 정신에 위배되고 당 강령과 맞지 않는 주장”(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이라며 확산을 막았다. 1980년대 이른바 북한을 추종하는 운동권 세력인주사파의 대부 임 전 실장의두 국가론’은 보수진보를 막론한 거의 모든 정치인들이 반기를 들었다. 심지어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마저 “학자는 주장 가능하나 현역 정치인의 발언은 성급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 15일 광복절 기념사에서 자유 통일을 목표로 하는 '통일 독트린' 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통일에 대한 냉소적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지지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드문 상황이다. 이에 오래 전부터 통일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찬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진정한 한반도통일 방안은 무엇인가제하의 세미나를 열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9 5일 오렌지카운티 한인회의 조봉남 회장과 북한전문가이자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인 강승규 박사의 해외동포 남북통일 세미나가 바로 그것이다. ‘자유통일 독트린을 중심으로 진정한 한반도 통일방안이 무엇인지 분석한 최초의 세미나이자 해외에서 대한민국 정부를 향해 역으로 솔루션을 제공한 사례이다.

 

#. 주사파 그리고 '남북 2개 국가론'

'2개 국가론' '자유통일정책'의 개념은 극과 극이다. 한쪽은 분열을 얘기하고 다른 한쪽은 통합을 꿈꾼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부터 남북을 '2개 적대국가'로 규정하고 겨레, 통일, 민족, 동족 말살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북한 김위원장의 분열정책은 임 전 실장과 같은 주사파 논객들을 통해 퍼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1980년대 운동권 세력들은 흔히 주사파비 주사파로 구분되고는 한다. 이른바 NL (National Liberation, 민족해방)-PD(People's Democracy, 인민민주주의혁명) 논쟁의 여파다. 1980년대 중반 한국의 학생운동 진영에서 제기된 이념 논쟁은 주로 '사회 구성체 논쟁' (줄여 사구체 논쟁)으로 번졌다. 이들은 극단의 대립을 했다. 시국을 놓고 쓰는 대자보마저도 논조가 달랐다. ‘자주라는 단어로 끝을 맺으면 주사파’, ‘민중민주라는 표현으로 끝나면 비 주사파로 통했다. 이들은 서로를 경계하고 끊임 없는 종파 싸움을 벌였다. ‘총학생회선거에서도 양 진영은 각각 후보를 냈으며 이들은 훗날 각기 다른 정당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들은 1980년대 후반에 완전히 갈라졌다. 서울대 단재사상연구회 출신 김영환이 쓴 것으로 알려진 강철서신이 도화선이 되었다. 그는 북한의 주체사상을 소개했고 반공-반북 그리고 군부라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체제에 대한 반감과 대안으로 주사파가 다수를 점하게 되었다. 북한에 대한 정보가 지극히 제한적이었던 시절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88년의 대학가는 주사파의 전성기였다. 1987 6월 민주화 운동 이후 대학가는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라는 구호로 가득했다. 거의 모든 대학가의 축제는 모의평양축전이라고 불렸다. 주사파 진영에서 88올림픽을 남북공동으로 개최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북한 주석 김일성은 결국 체제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무리해서 평양청년학생축전을 유치하였고 국가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마침 동구권을 중심으로 1989년 냉전 종식으로 북한 고립의 분위기가 이어지자 NL계열이 다수를 점하고 있던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는 급기야 임수경을 평양청년학생축전에 참석하게 한다. 이른바주사파들의 존재가 만천하에 알려지는 계기가 된 셈이다. 이때 전대협의 2기 의장이 임 전실장이다. 그런 전례가 있기에 뜬금 없이 '통일은 잊어버리자',2 국가론’을 들고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 장마당 세대

한국에 이른바 MZ세대가 있다면 북한에는 장마당 세대가 있다. 장마당세대는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북한의 청년층을 일컫는 신조어다. 출생 시기와 ‘나’, ‘개인’을 중시하는 성향 등에서 한국의 MZ세대(1980년대생~2010년대 초반생)와 유사점이 있다지만 차이를 찾자면 바로 국가의 혜택이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에 태어난 북한의 장마당 세대는 30대에 접어 들어가면서 주도세력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장마당 세대가 수령에 대한 충성심과 존경심이 갈수록 사라지는 것이 김 정은 위원장의 최대 고민이다. 이들 장마당 세대는 수령으로부터 받은 식량배급이 거의 없다. 북한에서는 소위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무오류(無誤謬)의 독재자가 수령이다. 그런 수령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당국의 ‘배급제’가 아닌‘장마당’활동을 통해 극한의 생존을 경험하면서, 체제 순응보다 자신의 ‘자립’을 중시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체제가 허용한 공적 경제 영역보다 사적 경제 영역(장마당, 밀무역, 돈주 거래 등)에서 소득 창출 활동을 주도하는 장마당에서 힘겹게 생존을 배워 버텨온 세대인 셈이다. 자연발생적으로 시장경제를 체득한 이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북한체제에 대한 순응보다는 변화와 자립을 갈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강승규 박사는 이에 대해서 북한의 수령은 오류가 없다고 하는데 처형과 숙청을 밥 먹듯 한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충격이라면서 김정은 정권이 등장한 2012년부터 외부 세계에서는 3대 세습에 대한 우려와 해외 유학을 경험한 젊은 지도자의 출현에 따른 체제의 변화에 대한 기대가 공존했기 때문에 그 실망감이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류, 전단지 그리고 확성기

또한 이들은 암암리에 한류’(韓流)를 접했다. 그들에게 한국이헐벗고 굶주렸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일찍이 임수경의 방북 때부터 있었던 일이다. 북한식으로 '록화실황'된 인터뷰에서 보여지는 한국의 중산층 임수경은 세가지 충격을 주게 된다. 첫째는 화면에 등장한 임수경의 가정 환경이 웬만한 북한의 상류층 보다 더 나았다는 점이고 둘째는 당시 노태우 대통령을 마음 것 비판하였다는 점에서 수령을 비판할 수 없는 북한 체제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는 점 셋째로는 북한에서는 볼 수 없었던패션이었다는 점이다. 장마당 세대가 한류를 접하면서 받은 충격은 이 보다 더 큰 것이었다. 그리고 대북전단지 역시 체제유지를 무너뜨릴 무기인데다가 120만 인민군들이 지키고 있는 휴전선에서는 연일 확성기를 통해 한류가 전파되고 있다. 게다가 장마당 세대들은 나름대로 I.T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의 공포정치에도 한계가 왔다는 점이다. 이제 남은 카드는 장벽을 더욱 굳게 세우는 일 뿐인데 더 이상 북한체제에 매력을 잃은 장마당 세대들은 전쟁의 위협, , 미사일 등의 공포분위기 조성에 냉소를 보낼 뿐이다. 한류와 대북 전단지 그리고 대북 확성기 방송이 수령독재체제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 윤석열 정부의 승부수

급기야 윤석열 정부가 승부수를 띄웠다. '자유통일정책'을 들고 나온 것이다. 사실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에서 북한에 대놓고 '자유'(自由)를 말하는 자체가 엄청난 용기다. 조봉남 회장은 과거 80년 동안 이토록 빈번하게 자유를 외친 정부는 없었다면서 소위 북한에 핵무기, 미사일이 있다면 우리는 북한 주민의 자유, 인권문제가 있다는 점을 상기 시키면서 핵무기에 버금가는 '자유'를 비로서 화두로 들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규 박사는 이에 덧붙여 이러한 자유물결을 북한땅에 닿게 하면 북한 주민이 변화되고 시민사회가 형성되며 NGO가 결성되니 자연스럽게 시민봉기가 일어나기에 아래로부터의 통일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남북 위정자들이 외치는 위로부터의 통일이었다면 한류, 전단지 그리고 확성기를 통해 장마당 세대를 움직이게 되면 아래로부터의 통일이 이뤄 질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자유통일정책'의 핵심이 바로 북 주민들 '정보 접근권'의 확대다. 즉 한류의 물결이 북한으로 파도처럼 밀려 가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에서 만든대북전단 금지법을 개정하는 움직임이 강력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지난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한 데 이어 청년교양보장법(2021), 평양문화어보호법(2023)이란 해괴망측한 법률을 잇달아 만들어 한국의 문화사조나 한류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주민들의 눈과 입, 귀를 틀어막고 있는 것이다. 좌파 정권 시절 북한은 수시로 한국을 방문하면서 대북전단과 확성기를 사라지게 하기 위해 부단하게 애를 썼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한국의 방송이 북한에 유입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여길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태영호’()민주평통 사무처장이다. 한국으로 망명했지만 차별이나 숙청은 고사하고 국회의원까지 역임하는 것을 보고 상당수의 북한 외교관들이 동요하여 탈북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자유통일에 관한 메시지는 이러한 문화유입을 통해 아래로부터의 북한 정권 붕괴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선언을 한 것 역시 북한이 위기상황임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 통일전략회의 구성

조봉남 회장이 이처럼 통일운동에 투신하게 된 것은 냉전시절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대북 정보 수집을 했던 경험이 컸다. 사실 한인사회의 초창기 통일 운동은 대게 좌파들의 전유물이었다고 한다. 미국 시민권자 신분을 가진 경우 수시로 북한을 드나들며 공작금을 수령한 후 통일운동을 가장한 종북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에 조봉남 회장은 지난 2016년에는 특별히‘LA통일교육위원을, 2018년에는 ‘LA 통일교육위원회회장이 되면서 책도 저술하고 민주평화통일위원회 위원에도 위촉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했다. 미국에는 통일부 교육위원회가 워싱턴, 뉴욕, LA 3곳 밖에 없기에 각 지 회장을 두고 순회강연을 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강승규박사는 중앙일보 뉴욕기자 출신으로 고려대학교 대학원 북한학과 교수로 정년퇴직하고 1년전 모친이 있는 이곳 캘리포니아로 이주 후 자원봉사로 영사 업무를 돕던 중 통일독트린을 동포사회에 알리자는 차원에서 조봉남 회장에게 건의하게 되었고 이후 두 사람은 의기투합을 하게 되었다. 게다가 국내외 지지성명이 전무한 것을 안타깝게 여겨 오렌지카운티한인회가 세계 최초로 지지성명을 내게 되는 성과를 가져왔다. 이 두 사람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바로 통일전략회의를 구성하여 여기서 만들어진 전략들을 건의 하는 것이다. 두 사람은 북한독재정권이 곧 무너질 것으로 전망하였다. 통일전략에는 북한의 허점과 한국의 장점, 국제사회와의 연대, 북한인권과 자유 그리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25개 분야의 아젠다들을 담고 있다. 본래 통일전략 계획 수립은 박근혜 정부에서 작성했었으나 탄핵정국으로 인해 무산된 바 있다는 점을 이야기 했다.

이훈구 기자 la@chosun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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