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 Law] '노알못'의 불편한 진실
김해원
변호사
오래 전 한 한인경제단체에서 아이디어를 내놨다. 협회에서 회원업체들을 심사해서 노동법을 잘 준수한 회사는 사내에 표시를 붙여 놓아서 노동청 단속을 피하자는 내용이었다. 마치 이집트에 사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문설주와 안방에 양의 피를 발라서 여호와의 심판을 피한 성경 출애굽기 내용을 연상케 했다. 다행히 이 아이디어는 노동청 측이 난색을 표해서 실행되지 않았지만 한인업체들의 '노알못' 노동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 스트레스를 보이는 해프닝이었다.
캘리포니아주의 노동법은 종업원에게 매우 유리하고 매년 바뀌기 때문에 이해하기 힘들다. 노동법 변호사들도 거의 새 판결에 따라 열심히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 안 그러면 한국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엉뚱한 호통을 쳤다가 망신당하는 김의겸, 박범계, 박주민, 권인숙, 정청래 의원들 꼴이 된다.
필자는 대부분의 한인 고용주들이 노알못인 상황에서 이들을 '노잘알'(노동법을 잘 알고 있는 사람)로 바꾸기 위해 부단의 노력을 한다. 지금까지 9년반 동안 운영했던 노동법 전문 블로그를 통해 17만 명의 한인들이 1800개의 포스팅을 방문해 각종 노동법 뉴스와 지식을 접했다. 그리고 지난 6월부터는 유투브 방송을 통해 식사시간, 휴식시간, 페이스텁, 해고, 매니저 같은 이슈에 대해 1000여명의 한인 고용주들에게 알렸다.
언론과 인터넷 사이트 등 5개 매체들을 통해 한 달에 두 번씩 노동법 칼럼을 써서 알려도 한계가 있다. 간단한 노동법 지식들도 어딜 봐야 할지 구글에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몰라서 주변의 비전문가 지인들에게 잘못된 지식을 얻어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주변 지인들은 평소에 노동법을 안 지키고 있을 때는 아무 소리를 안 하고 있다가 소송이나 클레임을 당하면 마치 자기들이 전문가인 것처럼 숫가락을 얹는다.
한인단체들에게 무료로 노동법 방문 상담을 해준다고 제안을 해도 자기들이 노동법을 어기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서인지 연락이 없다.
요즘 클라이언트들로부터 비즈니스가 안 된다는 호소를 듣는다. 그런 와중에 노동법 소송까지 당해서 너무나 안타깝다. 그런데 시정부나 주정부, 카운티 정부는 실질적인 혜택보다는 언론에 등장하는 포토옵(Photo opp)에만 열중이다.
마치 한국에서 평생 들리지 않는 재래시장에 선거철에만 들러, 음식 사먹는 시늉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포토옵은 사진 포착 기회를 뜻하는 용어로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 당시 여러 장면 연출을 하면서 탄생했다.
정부 담당자들이 한인타운에 들러서 한인 언론사들과 사진 찍고 밥 사먹는 포토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용주들에게 유리한 법안 제정이 중요한데 그야말로 “뭐가 중헌디” 모르는 것이다.
한인타운 방문시 한국어 서비스를 늘리거나 한국어로 된 정부 서류를 제작하고 한인 기관이나 단체들과 소통을 늘린다고 구두로 공수표를 날린다. 그러나 고용주들에게 불리한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 관계자들이 백번 타운을 방문해도 소용없다.
종업원을 대변하는 많은 변호사들은 전 직원의 자료를 요청하는 편지나 엄청난 액수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편지들을 HR(인사) 담당자나 고문변호사 앞으로 보내지만 클라이언트들의 90퍼센트는 HR 부서조차 없는 영세 업체들이다. 상대방 변호사들이 그 사실을 알고는 놀란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전 부통령 앨 고어의 저서 “불편한 진실”처럼 한인사회에 '노알못'들이 대부분인 데도 이런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이지도 않고 '노잘알'이 되기 위해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한인 고용주들은 언제나 '호갱(호구고객)'이 될 수밖에 없다고 장담한다. 문의 (213) 387-1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