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없어서... 형사 재판 줄줄이 ‘기각’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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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없어서... 형사 재판 줄줄이 ‘기각’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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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사이드 카운티 2주새 200건

가정폭력 등 중범죄 사건도 포함

팬데믹 기간 정체된 케이스 2800건

카운티 검사장 "사상 초유의 사태"



# 신원이 밝혀지길 원치 않는 A씨는 2019년 8월 충격적인 가정폭력 피해를 당했다. 망치를 들고 달려오는 남편에게 쫓겨 차 안으로 도주했지만, 남편은 멈추지 않고 차까지 때려부쉈다. A씨에 따르면 남편은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인데, 이를 수시로 어기며 여러 차례 위협을 가했다. 결국 남편은 가정폭력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는 중인데, 얼마전 법원으로부터 어처구니없는 소식을 듣게 됐다. 사건이 기각됐다는 통보였다. 유무죄를 다툴 재판은 아예 열리지도 않았고, 기소 내용과 관계없이 재판을 진행할 판사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리버사이드 카운티에서는 지난 2주 동안 200건이 넘는 형사 사건이 법원으로부터 ‘기각(dismiss)’ 처리됐다. abc7의 보도에 따르면 사유는 사건을 심리할 판사와 재판을 진행할 인력 부족 탓이다.


리버사이드 카운티 마이크 헤스트린 검사장은 “10월 10일 이후로 카운티 내 지방법원 판사들이 200건이 넘는 형사 사건을 줄줄이 기각시키고 있다”며 “검사들은 이미 혐의를 입증할 증인을 확보해 놓고, 배심원단은 일정을 비우고 기다리고 있는데도, 재판을 진행할 판사와 법정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심리가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헤스트린 검사장은 “기각된 케이스 중에는 중범죄로 기소된 것들도 포함됐다. 이런 상황은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정의가 실종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잇따른 법원의 기각 결정은 경범죄나 중범죄를 가리지 않고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법에 의하면 기각된 중범죄 사건은 한 차례 다시 기소할 기회가 있지만, 경범죄의 경우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한번 법원에서 처리되면 재차 기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법원 운영에 제약이 발생하면서 빚어졌다. 리버사이드 카운티 법원에 정체된 형사 사건만 해도 280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기각 처리의 상당수는 A씨의 경우와 비슷한 가정폭력 사건인 것으로 드러났다.


abc7은 법원도 나름대로의 사정은 있다며, 헌법과 주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에게도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돼 있는데,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위헌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오래 전부터 제기된 판사 부족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헤스트린 검사장은 “형사 소송법 1382조에 의거해 법정 기한을 넘기는 경우에도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기각 처리를 유보시킬 수 있다”며 “우리에게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사태가 재판을 이어가지 못한 원인을 제공한 셈이기 때문에 바로 그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법원이 야간이나 토요일, 공휴일 운영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어쨌든 인력 부족을 이유로 형사 재판이 치러지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상식 밖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백종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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