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여행객 4700만… 떠나기는떠나는데
조선DB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불안감 고조
LA카운티 신규확진 400명대 급증
당국 “마스크 등 방역 지침” 권고
LA에 사는 매튜 정씨는 독립기념일 연휴를 맞아 모처럼 가족 여행을 계획 중이다. 마침 방학이라서 집에 와 있는 딸과 고교생 아들, 아내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2박3일 일정으로 라스베이거스를 돌아볼 요량이다.
정씨네 가족이 몇 달 전부터 이 시기에 맞춰 플랜을 짠 이유가 있다.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대부분 미디어들이 7월 4일이면 온 미국이 전염병(코로나19)로부터 독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아 외쳤기 때문이다.
비단 정씨네 가족만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이번 독립기념일 연휴 동안 4700만 명이 자동차로 여행을 떠날 것이라는 전미자동차협회(AAA) 전망치를 보도했다. AAA에 따르면 독립기념일 연휴 기간 자동차 여행객 수는 2019년의 4150만 명이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올해는 자택대피령 탓에 만나지 못했던 가족과 재회하려는 수요가 겹쳐 최고 기록을 넘어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항공 여행도 급증하고 있다.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지난 24일 현재 국내선 항공 교통량은 4만7000대로 코로나19 사태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FAA는 독립기념일 연휴 기간에는 국내선 항공 교통량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교통안전청(TSA)은 늘어나는 승객 수를 고려해 독립기념일 기간 대형 공항 이용객들에게 출발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할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인도발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가주를 비롯한 49개주 전체에서 변종이 탐지된 가운데, CDC(질병통제예방센터)는 이날 미국에서 델타 변이의 비중이 26.1%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여전히 영국발 변이인 '알파 변이'가 47.8%로 지배종(種)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델타 변이는 이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컸다.
LA카운티는 자체 데이터 분석 결과 델타 감염자 비중이 거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CDC 지침과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마스크 의무화를 부활시켰다. 카운티 보건국은 28일 "예방적 조치"라면서도 모든 주민이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공공 실내공간에서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했다. 공중보건국은 이런 내용의 자발적 지침을 발표하며 "델타 변이가 어떻게, 그리고 누구에게 퍼지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이런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30일 발표된 숫자가 심상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200명 정도였던 신규확진자 숫자가 재개방 이후 2주만에 400명을 넘어선 것이다. 카운티 보건국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일일 확진자가 422명으로 집계됐다. 양성 판정비율도 1.2%로 2배 가량 높아졌다”고 경각심을 호소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독립기념일까지 18세 이상 성인 70%에게 1회 이상 백신 주사를 접종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CDC는 아직 60% 중간대에 머무르고 있다며 달성까지는 몇 주가 더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정씨는 “오랜만의 가족 여행이라 들뜬 마음이었는데, 계속된 변이 바이러스 뉴스에 마음이 무거워진다”며 “여행지에 가서도 마스크를 쓰고 계속 조심해야한다고 생각하니 흥겨움도 반감되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정씨 가족처럼 이번 주말 멀리 떠나는 남가주 주민만 330만 명으로 추산된다.
바바라 페러 카운티 보건국장은 “작년에도 독립기념일 이후 코로나가 크게 확산됐다. 가족과 커뮤니티를 위해서 기본적인 방역 수칙의 범위 내에서 안전한 연휴를 즐겨야한다”고 당부했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