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이렇지요] 홈쇼핑에 ‘라방’까지 쇼핑 중독을 어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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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이렇지요] 홈쇼핑에 ‘라방’까지 쇼핑 중독을 어찌 할 것인가?

웹마스터

지금 서울에는 ‘라방’의 열풍이 뜨겁다. 라방이란 live 방송의 줄임말로 일반판매자가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상품을 소개하고 고객과 직접 소통하면서 거래하는 상행위를 가리킨다. Covid-19로 비대면 상거래가 일상화되면서 라방이 성행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한 특징은 ‘중독현상’이다. 우리는 돈에 중독돼 있고 사회 모든 시스템은 배금사상이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약, 도박, 흡연, 음주, 인터넷, 게임, 쇼핑 등 온갖 중독이 우리를 병들게 만든다. 중독은 상호 연관이 돼있고 그 원인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이 모든 사회적 중독은 자본주의의 부산물이다. 이윤극대화를 위해 마케팅의 초점은 많이 팔고 반복해서 자사 제품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혈압약 등은 한 번 먹기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계속 먹도록 만들어 놓았고, 담배는 폐암의 원인이라면서 여전히 국가전매사업이다. 도박은 나쁜 짓이라고 하면서 정부가 앞장서 카지노, 경마, 경정, 경륜까지 관리하고 있다. 


쇼핑중독 역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백화점 시식 코너에 가면 맛봤으니 사게 되고, 케이블 홈쇼핑은 견물생심(見物生心)을 판매전략의 주무기로 삼는다. 매진임박, 파격할인, 마지막 찬스란 말을 듣게 되면 전화 다이얼 돌리는 손이 바쁘게 된다. 반의 반값에 파는 대형 아울렛이 여주, 김포, 파주 등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지름신이 강림한다”는 말이 있다. 쇼핑에 대한 과도한 충동이나 집착 때문에 불필요한 물건을 마구 사거나 자신의 경제력을 고려하지 않고 분별없이 물건을 사들일 때 이를 쇼핑중독이라고 한다. 이러한 쇼핑중독 현상이 ‘오니오매니아(oniomania)’다. 통제할 수 없는 구매 욕구(an uncontrollable desire to buy things)를 지칭하는 용어다. 희랍어로 오니오는 for sale의 뜻이고 매니아는 극단적 욕구를 가리킨다. 쇼핑중독은 우울증 환자, 그 중에서도 여성이 많고 심하면 불안장애, 알콜과 약물 남용 등을 동반한다.


쇼핑을 유인하는 직업 가운데 홈쇼핑의 쇼핑 호스트(shopping host)가 있다. 케이블방송을 볼 때마다 의문이 생긴다. 여성진행자인 경우도 ‘쇼핑 호스트’라고 부른다. 왜 ‘쇼핑 호스티스(hostess)’라고 부르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게임 쇼, 토크 쇼, 요리 쇼의 진행자는 show host이다. 그러므로 홈쇼핑 채널의 쇼핑 호스트 역시 show host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일부 회사가 이 말을 쓰기 시작했다). 물론 여성진행자는 show hostess가 돼야 한다. 한국 사람들은 호스티스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 아마도 <영자의 전성시대> 등 호스티스 영화 붐이 이런 편견을 고착시킨 게 아닌가 싶다. A hostess is a female host or presenter of an event(호스티스는 행사의 여성 진행자다). 호스티스에 술집 접대부나 댄서의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영어의 원 뜻으로는 안주인, 진행자, 주관자를 가리킨다.


The host at a party is the person who has invited the guests and provides the food, drink, or entertainment(파티의 호스트는 손님을 초대해서 식사, 음료 또는 여흥을 제공하는 사람이다). 아직까지 우리방송에서는 미국처럼 진행자를 호스티스라고 부르는 예가 없었다.


홈쇼핑은 지역방송국의 입장에서 보면 송출수수료(홈쇼핑방송을 내주고 받는 채널 사용료)를 주는 젖줄이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심각한 공해(公害)가 돼 가고 있다. 역대 정권들이 정치논리에 따라 중소기업 진흥을 위해서, 혹은 농수산물 유통을 촉진하기 위해서 마구잡이로 홈쇼핑 채널을 허가해서 수습불능 상태에 이르렀다. 한국케이블에는 20번 안에 7개, 58번 이내에 8개 등 15개 홈쇼핑이 난립해서 불철주야 쇼핑중독 환자를 양산하고 있다. 이 많은 낭비와 과소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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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룡 칼럼니스트는: 중앙고, 고려대 영문과, 서울대 신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뉴욕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을 수료했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언론학 박사를 받았다. UC버클리 교환교수, 한국방송학회 회장을 지냈다.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좌교수, 차관급인 제3기 방송위원,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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